張泳根 < 한국항공대 교수·항공우주공학 >

얼마 전 독일 하일리겐담에서 주요 선진국 정상회담인 G8(서방선진 7개국+러시아) 회의가 열렸다.

회의 전후(前後)에 미국의 부시 대통령이 체코와 폴란드를 방문했다.

동유럽에 미사일방어체계(MD;Missile Defence) 시설을 구축하는 문제를 협의했다.

러시아는 자국(自國)을 견제하기 위한 포위망 구축이라며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바로 러시아의 코 밑에 구축하기 때문이다.

푸틴 대통령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정면 대결할 의사를 내비쳤다.

1990년대 초 냉전 종식 이후에 미국과 러시아의 군비경쟁을 다시 촉발할 계기가 될 수도 있다.

정작 G8 정상회담에서 푸틴 대통령은 미국에 양국이 공동 운영하는 미사일방어 레이더 기지를 아제르바이잔에 둘 것을 제안했다.

미국은 북한 이란과 같은 적대국을 상대로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한다고 한다.

따라서 이란에 가까운 나라에 기지를 설치하자는 역공(逆攻)인 셈이다.

이러한 러시아의 제안은 동유럽에 미사일방어체계를 구축하고자 하는 미국의 명분을 흔들고 있다.

미국이 동유럽 국가에 미사일기지를 구축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정치적 복안이 깔려 있기 때문이다.

원래 미사일방어체계는 상대의 미사일 공격에 대응하는 방안을 찾다가 미사일로 격추하는 시나리오를 생각한 데서 출발한 것이다.

그러나 날아오는 미사일을 날아가는 미사일로 격추하는 것은 여러 가지 제약조건이 따른다.

통상 상대의 미사일이 발사되면 3~5분 내의 초기 단계에서 격추시켜야 효과가 있다.

이미 중간 궤도나 타격 지역에 도달했을 때 미사일을 격추해봐야 별 의미가 없다.

따라서 최근에는 상대의 미사일 공격을 효율적으로 저지하기 위해 미사일보다는 레이저 무기와 같은 지향성 무기를 개발하고 있다.

레이저는 빛의 속도로 비행하기 때문에 적의 미사일을 초기 단계에서 무력화시킬 수 있다.

최근 미사일방어체계의 핵심은 레이저와 같은 지향성 무기를 이용하려는 계획이다.

미국은 이미 고성능,고출력의 레이저를 생성하는 시스템을 항공기에 탑재해 레이저 발사 시험에 성공한 바 있다.

저궤도 위성은 항상 고정된 궤도를 돌기 때문에 미사일 요격보다 크게 어렵지 않다.

이러한 요격 시스템이 가동될 경우에 앞으로의 전쟁 패러다임은 실질적인 우주전쟁으로 변모할 것이다.

최근에 미국과 중국은 우주무기로서 100kg 이하의 초소형 위성을 우주에 전개하고 있다.

이러한 초소형 위성은 탐지도 어렵지만 폭발물로의 은밀한 전환이 매우 쉽다.

적의 대형 위성을 파괴하는 폭탄이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상대의 공격을 방어할 무기체계를 서로 개발하게 되면 궁극적으로 우주에서 군비경쟁이 재점화되는 것이다.

미국은 이러한 우주전쟁에서 압도적인 우세를 선점(先占)하기 위해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을 고집하는 것으로 보인다.

중국과 러시아도 미국의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에 반대한다는 논리를 명확히 하고 있다.

그러나 과연 중국이나 러시아가 이러한 미국의 계획에 무방비 상태로 방관만 하고 있을까.

지난 1월 중국은 자국의 미사일을 이용해 수명이 다된 기상위성 하나를 수백km 상공에서 격추하는 시험을 했다.

이 시험도 결국은 중국판 미사일방어체계 구축의 일환이라 볼 수 있다.

러시아의 경우에는 이미 1980년대에 이러한 요격시험을 수차례 성공적으로 수행해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우리의 입장에서 보면 이들 슈퍼 파워는 서로를 비방할 정도로 자유롭지 못하다.

한때 우리나라도 미국 중심의 미사일방어체계에의 참여 문제를 놓고 갑론을박(甲論乙駁)을 벌인 적이 있다.

문제는 북한의 미사일 공격에 대한 방어체계로서 한정할 때 우리에 미사일방어체계는 별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한반도 전역에 날아오는 미사일은 이미 5분 내에 도달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정치·외교적인 측면에서 보면 미사일방어체계에의 참여 문제는 또 다른 논쟁의 대상으로 남아 있는 것이다.

/한국과학재단 우주전문위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