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가격에다 대출 제한으로 아파트를 사기가 어려워지면서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반사이익을 누리고 있다.

20·30대 젊은층이 아파트 대신 다세대·다가구 구입으로 눈을 돌리는 사례가 늘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올 9월부터 청약가점제가 시행되면 아파트 당첨 가능성이 크게 줄어든다는 젊은층의 부담도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그동안 생활여건이 불편하다는 이유로 '천덕꾸러기'로 여겨져왔던 다세대·다가구 주택은 무엇보다 가격이 싸 아파트 전셋값 정도면 구입이 가능하다는 것이 장점이다.

총부채상환비율(DTI)을 적용받지 않아 자금마련도 쉽기 때문에 아파트를 대체하는 유력한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최근에는 장기 투자 차원에서 매물을 사들이는 사례도 늘고 있다.

재개발구역으로 지정되면 자산가치가 늘어날 것이란 기대감에서다.

특히 서울 용산이나 뚝섬처럼 개발호재를 만나 다세대·다가구 지분가격이 크게 오른 사례를 보고 작년 말부터 집값이 쌀 때 미리 사서 묻어두려는 투자자들이 많아졌다.

송파구 문정동 청호공인 전승훈 사장은 3일 "아파트를 사겠다는 문의는 전무한 데 반해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찾는 전화는 일주일에 적어도 1~2통씩 온다"고 전했다.

전 사장은 "이에 따라 예전에는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팔려면 1년이 넘게 걸렸지만,지금은 반지하층이라도 한 달이면 소화된다"고 말했다.

박상언 유엔알컨설팅 사장은 "요즘 다세대·다가구 매물을 알아본 뒤에 사도 좋겠냐고 상담하러 오는 고객이 많다"며 "사당동이나 이촌동 등도 자주 거론되는 지역"이라고 밝혔다.

수도권 일부지역에서는 매물이 부족하다는 얘기까지 나온다.

경기 부천시 약대동 A공인 관계자는 "작년만 해도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사겠다는 사람이 찾아오면 8~9개 정도 매물을 보여줬지만,요즘은 3~4개 안내하기도 힘들다"고 귀띔했다.

다세대·다가구의 인기는 경매시장에서도 확인된다.

경매정보업체인 디지털태인에 따르면 서울·수도권 아파트 낙찰가율은 지난 4월 98%에서 89.6%로 떨어졌지만 다세대·다가구는 같은 기간 104.5%에서 106%로 오히려 높아졌다.

낙찰률도 60%대로 아파트보다 20%포인트 정도 높다.

이처럼 최근 다가구·다세대 주택이 빛을 보게 된 데는 건축규제로 공급물량이 급감한 것도 원인이다.

주차장 설치기준 강화와 용적률 하향 조정에 따라 2002년 17만9000여 가구가 지어졌던 서울·수도권 다가구·다세대 건축실적은 2004년부터 1만가구대로 격감했다.

지난해 11·15대책으로 규제가 일부 완화됐지만 예전의 공급량을 회복하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예상이 우세하다.

김희선 부동산114 전무는 "노후주택 밀집지역인 재개발구역 등에서 다세대.다가구를 신축하면 재개발사업이 쉽지 않다"며 "이 때문에 땅주인들이 신축을 꺼려 매물난을 가중시킨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부동산 정보에 밝지 않은 젊은층들이 단지 싸다는 이유로 다세대·다가구 주택을 구입하는 것은 위험 부담이 크다고 충고한다.

특히 언젠가는 재개발이 되겠거니 하는 기대로 매입하는 것은 이른바 '지분쪼개기'로 인해 나중에 투자자금이 더 들어가는 부담이 있다는 것이다.

또 다세대·다가구 시장이 다시 위축되면 예전처럼 팔기가 어려워져 돈이 오랫동안 묶일 확률이 높다는 사실도 유의해야 한다.

박상언 사장은 "신축 다세대·다가구 주택이 많으면 재개발 구역지정이 힘든 만큼 급한 마음에 샀다가는 손해를 볼 수 있다"며 "준공허가를 받지 않은 다세대·다가구를 살 때는 지분정리나 등기문제가 제대로 해결되지 못해 곤란에 처하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박종서 기자 cosmo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