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법칙은 모두 잊고 시장에 순응하라.'

코스피지수가 13주 연속 상승하는 신기록을 세우면서 전통적인 주가예측 기법이나 경험에 근거한 투자 법칙들이 붕괴되고 있다.

주가 예측에 사용됐던 다양한 기술적 분석 방법이나 복잡한 통계 예측 모델 모두 최근 주가 급등을 맞추지 못하는 등 사실상 무용지물이 됐기 때문이다.


◆기술적 분석가 "반성하고 있다"

지난 4월 이후 주가 조정을 예상한 증권사들의 전망이 쏟아져나왔다.

"일부 대형주를 제외하곤 차익을 실현하라"(A증권사,4월30일), "단기 조정압력에 대비하라"(B증권사,5월3일), "기술적 분석상 1500까지 조정 가능성을 열어둬야"(C증권사,5월11일), "중국발 조정 가능성에 대비하라"(D증권사,5월21일) 등등….

이런 전망을 내놓은 것에는 충분한 이유가 있었다.

거의 모든 기술적 지표가 과열을 경고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주가는 치솟았다.

일례로 10일간 주가 상승일 비율을 계산해 70 이상이면 과열로 판단하는 '투자심리도'는 지난 2월 이후 자주 과열 신호를 보냈다.

특히 5월10일 이후 투자심리도는 16거래일 연속 과열을 경고했지만 주가는 거침없이 올랐다.

또 상승 종목과 하락 종목 비율을 나타내는 'ADR'(등락주선)도 별 쓸모가 없었다.

통상 125 이상이면 과열로 해석되는 이 지표는 지난달 말 과열권에 진입했지만 주가는 치솟았다.

20일 이동평균선과 주가 괴리도를 나타내는 '20일이격도'나 주가 상승일 거래량과 하락일 거래량 비율을 이용,주가의 바닥과 천장을 판단하는 'VR'(Volume Ratio)도 주가 움직임을 설명하지 못했다.

한 기술적 분석가는 복잡한 통계 모델로 한 달 주가를 전망했지만 불과 2~3일 만에 목표 지수 상단에 주가가 근접하자 "많은 반성을 하고 있다"며 심경을 토로하기도 했다.

김영익 대한투자증권 리서치센터장은 경상수지와 유가를 활용한 예측모델을 만들어 작년까지 정확히 주가를 예측했지만 올해부터는 이 모델이 전혀 들어맞지 않아 곤욕을 치렀다.

◆전통적 법칙도 붕괴

'경기지표가 좋아야 주가가 오른다'거나,'개인이 주식을 대거 사면 천장'이라는 등 전통적 투자 법칙도 모두 새로 만들어야 할 상황이다.

경기지표나 기업 실적이 호전될 기미를 보이고 있긴 하지만 본격적인 회복세가 가시화되지 않았는 데도 주가는 사상 최고치를 돌파했고,개인들도 지난 4월 말 이후 대거 주식을 순매수했지만 주가가 천장이라고 믿는 투자자는 거의 없다.

삼성전자가 오르지 않으면 대세상승이 어렵다는 통념도 이번 장에서 깨졌으며 외국인이 사야 주가가 오른다는 법칙도 무기력해졌다.

업계 전문가들은 적립식 펀드 등으로 수급 구조가 바뀌었으며 한 두가지 변수에 영향받아 큰 변동성을 보이는 개도국형에서 탈피,안정적으로 상승하는 선진국형으로 우리 증시의 체질이 변했기 때문에 과거 법칙이 들어맞지 않는 것으로 분석했다.

구재상 미래에셋자산운용 사장은 "글로벌 유동성이 넘쳐나고 있으며 중국과 인도 부상으로 제조업 등 구경제가 성장을 주도하면서 새로운 상황이 펼쳐지고 있다"며 "과거를 잊고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봐야 한다"고 말했다.

김남국 기자 nkkim@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