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이문열씨가 '우리들의 일그러진 영웅'에 대해 학생들과 토론을 가진 지난 5월29일 미 뉴저지주의 페닝턴 스쿨.미술전시관의 시청각실엔 25명의 학생이 모였다.

열띤 질문을 던지는 학생들 중에 한국학생들이 제법 많다.

세어보니 12명이 한국학생이다.

수업이 끝나고 한 한국학생에게 물었다.

"한국학생이 얼마나 되느냐"고.돌아온 답은 "450명중 22명"이라는 것.수업시간에 한국학생들이 많았던 건 수업을 듣는 3명을 제외한 9명이 일부러 이문열씨의 강의를 듣기 위해 참석했기 때문이라고 한다.

재미있는 건 22명의 한국학생 모두 한국에서 이 학교로 전학온 조기 유학생이라는 점이다.

"부모님이 보고 싶지 않느냐"고 물었더니 "학교선생님들이 부모님 이상 잘해준다"며 아주 만족한 표정을 지었다.

고3인 한국학생 3명이 브라운대 등 아이비리그에 진학키로 해 후배들도 힘을 얻고 있다고 한다.

중고등학교 과정을 가진 페닝턴스쿨은 1838년 설립된 역사 깊은 보딩스쿨(기숙사가 딸린 사립학교)이다.

기숙사비를 포함해 1년 학비가 3만5000달러나 된다.

"이 학교에 들어오기 위해 한국학생들이 줄을 섰지만 인종배분을 위해 입학을 억제하고 있다"는 게 페니 다운센트 교장선생님의 설명이다.

포스코에서 근무하다 5년 전 미국에 눌러 앉은 박제순씨는 요즘 늘 웃는다.

고2인 아들이 수학능력시험(SAT)에서 2400점 만점을 맞은 데 이어 진학적성예비시험(PSAT)에서 만점을 맞았기 때문이다.

영재학교인 버겐아카데미에서도 빼어난 실력을 과시하는 아들이 각종 대입시험에서도 만점을 맞아 명문대 입학이 현실화될 것 같자 그동안의 고생이 눈녹듯 사라졌다고 한다.

어린 나이에 부모와 떨어져 기숙사 생활을 마다하지 않는 학생들.그리고 자녀를 위해 미국에 눌러앉은 부모들.모르긴 몰라도 이들을 부러워하는 한국학생들과 부모들이 상당히 많을 듯하다.

그만큼 미국이 기회의 땅이기도 하지만 한국의 교육현실이 척박한 때문이다.

어쨌거나 보딩스쿨에서 만난 학생들과 자녀가 빼어난 성적을 내고 있는 부모는 행복해 보였다.

그 학생들이 진정 '우리들의 영웅'이 될는지는 별개의 문제겠지만 말이다.

뉴욕=하영춘 특파원 hayou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