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풍처럼 좌우로 끝없이 펼쳐진 기암절벽의 섬들은 2억5000만년의 풍상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다.

바닷물은 때론 짙푸른 남색으로,때론 부드러운 옥색으로 변하며 현란한 빛깔의 열대어들을 끌어 모은다.

바다 위에 떠 있는 거대한 석회암 절벽 틈 사이로 카약을 타고 들어가면 억겁의 세월을 지나온 자연이 속살을 드러낸다.

기기묘묘한 형상의 크고 작은 45개 섬들은 그대로 하나하나 전설이 됐다.

필리핀 마닐라에서 남서쪽으로 약 430km 떨어진 '새들의 고향' 엘니도(스페인어로 '새 둥지'라는 뜻)는 사람의 손길을 극도로 거부하는 청정지역이다.

7107개의 섬나라 필리핀에서도 '생태계의 보고'로 알려진 곳으로,팔라완제도의 북쪽 끝에 위치한 45개의 섬들로 이뤄져 있다.

엘니도란 이름은 스페인 탐험가들이 이곳을 처음 발견했을 때 수많은 제비들이 섬 주위를 날아다닌 데서 유래했다고 한다.

자연 경관이 너무나 아름다워 그 옛날 400여년간 필리핀을 식민지배했던 스페인 정복자조차 철저히 감춰진 비경으로 남겨둔 곳이다.

엘니도의 섬들은 하나하나가 모두 거대한 석회암 덩어리다.

바다를 향해 깎아지른 듯 솟아 있는 절벽 밑쪽에는 수만 년 빗물이 스며들어 형성된 크고 작은 구멍들이 나 있어 기묘함을 더한다.

유네스코와 필리핀 정부가 해양보호구역으로 지정해 특별 관리하고 있으며 45개의 섬 가운데 미니락,팡갈루시안,라겐 등 3개 섬만 개발되고 나머지는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하고 있다.

이곳에선 당연히 바나나보트나 제트스키와 같은 동력 스포츠는 허용되지 않는다.

대신에 리조트 지역에선 스쿠버다이빙을 비롯해 스노클링,카약과 같은 무동력 해양스포츠를 무제한으로 체험할 수 있다.

또 밀가루같이 희고 고운 모래가 덮인 해변에서의 피크닉,정글 속 자전거 하이킹,원시동굴 탐험,윈드서핑,낚시,선셋크루즈 등 19종에 이르는 액티비티를 즐길 수 있다.

이도저도 싫다면 그냥 해변에 늘어진 야자수 밑에서 책을 읽다 달콤한 잠에 빠지는 게으름을 실컷 피워도 그만이다.

숙박시설이 들어선 미니락과 라겐의 경우 객실이 각각 43개,51개뿐이어서 한가로움 속에 '진정한 휴식'을 맛보기에는 최상이다.

좀 더 다이내믹한 즐거움을 얻고 싶은 이들을 위해 스킨스쿠버다이빙이 준비돼 있다.

엘니도는 바다 전체에서 다이빙을 즐길 수 있을 만큼 다이빙 포인트가 많은 곳이다.

스쿠버다이빙을 할 수 있는 곳은 엘니도 외에도 많지만 여기서의 다이빙은 특별한 아름다움을 선사한다.

살아 숨쉬는 100여종의 갖가지 색 산호들과 200여종의 수많은 열대어들의 군무를 눈앞에서 지켜보는 것이 엘니도의 자랑이다.

초보자도 10여분간 간단한 안전 규칙과 장비 사용법을 배운 다음 공기통을 메고 바다로 들어가면 산호 사이로 떼지어 몰려다니는 형형색색의 열대어들을 만날 수 있다.

전문 다이버가 1 대 1로 이끌어주기 때문에 안전하다.

카약을 타고 떠나는 라군(석호) 투어는 엘니도 여행의 백미다.

수많은 라군이 있지만 그 중에서도 스몰라군과 빅라군의 아름다움은 별유천지(別有天地)에 비겨도 손색이 없다.

바다 한가운데 기암괴석의 깎아지른 절벽으로 둘러쳐진,2억5000만년 전에 형성된 라군의 속 깊은 곳은 인간의 손길을 거부한 자연의 신비로움을 그대로 간직하고 있다.

미니락 리조트에서 필리핀 전통 배인 방카를 타고 5분 거리에 있다.

한낮을 밖에서 땀을 빼고 놀았다면 저녁 식사 후에는 해변에 마련된 야외 바를 이용해볼 만하다.

은은히 비치는 밤 바다의 물색과 세련된 조명이 어울려 연인이나 신혼부부들이 밀어를 속삭이기엔 제격이다.

이용객이 단 한 명이라도 자리에 있으면 문을 닫지 않는 게 이곳의 서비스다.

좀 더 호젓한 분위기를 원한다면 아일랜드 호핑투어를 떠나는 게 좋다.

엘니도의 미니락과 라겐 근처에 있는 수십 개의 이름 없는 무인도들을 방카를 타고 돌아본다.

작고 은밀한 해변이 많아 신혼부부들에게 인기가 많다.

배를 타고 절경을 감상하다 마음에 드는 곳을 선택해 내려달라고 하면 된다.

원하는 시간에 와달라고 하면 데리러 오므로 둘만의 시간을 마음껏 보낼 수 있다.

팡갈루시안섬에서 수평선 너머로 떨어지는 태양이 하늘 가득 오렌지빛 붉은 장막을 펼치는 광경도 놓치기 아까운 장관이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곳 일몰은 그러나 불과 10여분 사이에 모습을 감추고 만다.

엘니도의 여정은 그래서 더욱 아쉬운 여운을 길게 남기는 건지 모른다.

엘니도(필리핀)=홍성호 기자 hymt4@hankyung.com

필리핀항공, 매일 2회 마닐라직항 띄워
미니락리조트, 1대1 대고객 서비스 자랑

필리핀항공은 인천∼마닐라 직항편을 매일 두 편씩 띄운다.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세부퍼시픽항공도 이용할 수 있다.

3시간30분 정도면 니노이 아키노공항에 도착한다.

바로 옆에 딸린 국내선 공항에서 경비행기로 갈아타고 엘니도로 들어간다.

비행 시간은 1시간20분.이곳에서 쾌속선에 몸을 싣고 40여분간 달려 미니락 리조트에 여정을 푼다.

라겐 리조트는 20분 정도 더 들어간다.

리조트 숙박료(미니락,성수기,1박 기준)는 방의 종류에 따라 17만∼26만원까지 다양하다.

가격이 다소 비싸지만 객실 43개에 비해 직원이 100여명이나 돼 거의 1 대 1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배편 및 식사 비용과 해양스포츠 등 모든 액티비티 비용이 포함돼 있다.

좀 더 저렴하게 이용하고 싶은 경우라면 엘니도 공항에서 트라이시클(필리핀 삼륜자동차)로 10분 정도 떨어진 엘니도타운을 이용하면 된다.

이곳에선 숙박업소를 시설 수준에 따라 하루 6000원 정도부터 고를 수 있다.

4~5명 단위로 그룹을 짜 스쿠버다이빙,카야킹 등을 즐길 수 있는데 점심식사와 방카 비용을 포함,1인당 1만∼1만2000원 정도면 충분하다.

필리핀관광청 (02)598-2290 www.wowphilippines.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