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다음 달 발표할 분당급 신도시를 '확실한 강남 대체 신도시'로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혀 관심을 끌고 있다.

특히 이번 입지의 경우 집값이 급등한 2000년대 초반 정부의 핵심 주택정책 라인에서 검토했던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1500만평(거대 신도시) 개발론'의 완결판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어 또 다른 궁금증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서종대 건설교통부 주거복지본부장은 22일 최근 신도시 수 논란이 불거진 '분당급 신도시'에 대해 "한 곳을 선정·발표할 것"이라며 "이 신도시는 강남 수요를 흡수하는 곳이 될 것"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어 "이번 신도시는 거리·교통·쾌적성·교육·규모 등의 측면에서 많은 사람들이 '가고 싶구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가 될 것"이라고 말해 '강남 대체 효과'를 핵심 조건으로 두고 있음을 내비쳤다.

◆"면적은 600만평 이상 될 것"

신도시 규모에 대해 서 본부장은 "분당보다 크게 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며 "(주택 수는) 개발밀도가 낮아지기 때문에 10만가구 정도가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그의 발언을 요약하면 △강남에서 가깝고 △면적은 분당(594만평)보다 큰 600만평 이상이며 △주택은 10만가구 정도가 들어서는 도시로 대충 밑그림이 그려진다.

이로써 사람들의 관심은 "그렇다면 강남에서 가깝고 대규모 택지가 들어설 만한 곳이 어디냐"로 모아지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런 관점에서 본다면 결국 용인·화성·광주·수원·하남 등 수도권 동남부 지역이 될 것"이라며 "서북부권은 검단·파주·김포 등 신도시를 이미 지정한 상태여서 일단 제외될 가능성이 높다"고 분석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검단신도시 발표 당시 서울 반경 40~50km권에서 선정될 것이라던 예상을 뒤엎고 반경 20km권에서 지정됐다"며 "이번에도 반경 20~30km 이내 입지가 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거대 신도시론 재부상

분당급 신도시 윤곽이 조금씩 드러나면서 정부 일각에서 한때 제기됐던 것으로 알려진 이른바 '1500만평 개발론'이 덩달아 주목받고 있다.

이는 강남권 주택 수요를 확실히 흡수하려면 인근에 그만한 규모의 거대 신도시를 지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1970년대 '말죽거리 신화'라는 말을 만들어낸 영동1·2 토지구획정리지구(1000만평)와 개포택지지구(258만평) 등을 합쳐 당시 강남 개발 면적이 1500만평 규모였다.

이들 지역은 현재 강남권의 핵심인 강남·서초구의 일부 지역을 형성하고 있다.

주목되는 것은 600만평 규모의 분당급 신도시를 발표할 경우 분당(594만평)·판교(281만평)·송파(205만평)와 합쳐 공교롭게도 강남을 대체할 만한 입지를 갖춘 신도시 면적이 1500만평을 넘어선다는 점이다.

실제 이 같은 논리는 집값이 급등한 2000년대 초반 정부 내부에서도 논의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1기 신도시 개발에 참여했던 한 전문가는 "2002년 집값이 급등하자 분당·일산 등 5대 신도시 개발을 맡았던 당시 주택정책 실무라인 일각에서 강남 인근에 1500만평 이상 거대 신도시를 개발해야 집값을 잡을 수 있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며 "청와대 등에서 부동산 시장을 되레 혼란에 빠뜨릴 수 있다는 반대 의견이 워낙 강해 결국 빛을 보지 못한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전문가는 "경기도가 추진 중인 신도시 역시 이 같은 거대 신도시론에 바탕을 두고 있다"며 "이렇게 볼 때 내달 확정될 입지는 강남 대체 도시의 완결판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아울러 분당·판교 등의 개발축과 연계해 지정될 것이라는 전망도 내놓고 있다.

◆"시간적 거리가 더 중요" 반론도

반론 역시 만만치 않다.

예컨대 지하철 및 경전철,순환고속도로,BRT(간선급행버스) 시스템 등 수도권 광역교통 시스템이 날로 첨단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지리적 근접성만으로 강남 대체 효과를 논하는 것은 말이 안 된다는 것이다.

서 본부장이 이날 "풍문에 휩쓸려 투기에 나설 경우 낭패를 볼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같은 맥락으로 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강남과 지리적으로 가까운 곳은 대부분 그린벨트,자연보전권역,상수원보호구역 등 이중삼중의 규제를 받는 곳이 대부분"이라며 "신도시를 지정할 때 출퇴근 등 시간적인 거리가 갈수록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하고 있는 데다 판교·송파 개발로 강남권 연담·비대화 우려가 고조되고 있는 마당에 물리적인 거리만 놓고 신도시 입지를 거론하는 것은 후진적 발상"이라고 주장했다.

강황식 기자 hiskan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