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스 리 < 하나로텔레콤 부사장 janice.lee@hanaro.com >


우리나라는 매년 5월 세 번째 월요일을 성년의 날로 정하고 만 20세가 된 이들을 축하한다.

이는 사회적 보호막을 걷고 어엿한 사회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의미를 담고 있다.

성년식은 예로부터 다양한 형태로 있어왔다.

고대 부족 국가들에서 공통적으로 보이는 성년식의 유형은 엄숙한 의식과 육체적인 고행이 수반된다.

아프리카 마사이족에서 한 남자가 성년으로 인정받기 위해서는 반드시 사자 한 마리를 잡아와야 했다.

요즘 레포츠로 즐기는 번지점프는 남태평양의 한 부족에서 행해지던 성년식이었다.

이들의 성년식은 부족의 전투·노동력을 얻은 것을 축복하고 인생이란 험로를 헤쳐가는 데 자신감을 심어주기 위한 풍습이었으리란 생각을 해본다.

사회가 많이 변했지만 성인의 삶은 황야에서 야생동물들과 싸우는 마사이족이나,도시의 치열한 경쟁 속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우리들이나 그 무게가 다르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성년으로서 엄숙한 통과의례를 거친 마사이족의 성인이 보다 강하게 성장하지 않을까 싶다.

얼마 전 '여성의 리더십'이란 주제로 회사 여직원들과 강의 형식의 대화를 나눈 적이 있다.

강의에 앞서 10년 후에 대한 꿈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 물었다.

절반 정도가 손을 들었다.

그 다음엔 손을 든 이들에게 "꿈을 이루기 위해 뭔가를 준비하고 있느냐"고 물었다.

그 중 절반 정도가 다시 손을 들었다.

그 자리에 참석한 25%만이 10년 후에 대한 그림을 그리고 있었고,그것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다.

그날 우리는 꿈과 열정이란 화두를 앞에 두고 스스로를 되돌아보는 기회를 가졌다.

한 직원은 바쁜 세상에 10년 후까지 계획하고 살 틈이 없다는 얘기를 했고,다른 직원은 목표는 어렴풋이 있지만 열정까지 갖기엔 너무 지쳐 있다고 했다.

우리들 대부분은 성인이 되면서 자연스럽게 꿈과 열정을 잊어가고 있었다.

물론 바쁘고 피곤한 세상에서 꿈과 열정을 갖고 사는 것이 쉽지는 않다.

하지만 삶에 역경이 닥칠 때 꿈과 열정을 갖고 사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이 감당해낼 수 있는 한계의 차이는 클 것이다.

우리는 그날 많은 얘기를 나눈 끝에 성공적인 삶은 돈을 많이 벌고 사회적 지위를 높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꿈'과 그것을 이루기 위한 '열정'을 갖고 사는 삶이라는 데 의견을 모았다.

오늘은 성년의 날이다.

어른이 된 이 땅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오늘 하루 마사이족이 되기를 주문해본다.

'꿈'이란 사자를 잡기를,그리고 그 사자를 '열정'으로 키워 이 험한 세상을 헤쳐 나가는 용기로 삼기를.그런 마음으로 성년식을 치렀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