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생의 희로애락은 마음먹기에 달린 것이 아니라 어쩌면 호르몬에 좌우되는 것일지도 모른다.

단지 나이들어 우울하고 성욕이 떨어지는 게 아니라 호르몬이 변심해 마술을 부리는 측면도 무시하지 못한다.

호르몬이 마음을 지배하는 것을 알면 호르몬을 활용해 인생을 행복하게 사는 방법도 터득할 수 있다.


◆세로토닌 증가하면 편안하고 만족감 느껴

뇌 속 신경전달물질이자 호르몬인 세로토닌의 수치가 높아지면 기분 중추를 활성화시켜 편안함과 만족감을 느끼게 만든다.

반면 세로토닌 수치의 급격한 감소는 우울증이나 강박증의 원인이 되기도 한다.

김철식 한림대 성심병원(평촌) 내분비내과 교수는 "직장에서 받은 스트레스, 부부간 다툼, 교통체증 등은 뇌속 세로토닌에 부정적으로 작용해 불쾌감을 증폭시키지만 즐겁고 기분좋은 일을 겪으면 뇌속 세로토닌 농도가 다시 증가한다"고 설명했다.

도파민은 시험에 합격하거나 로또에 당첨되는 등 큰 일을 성취해 행복감을 느끼는 순간 대뇌 감정중추에 다량 쏟아진다.

옥시토신은 정서적 안정감과 친밀감에 관여한다.

부부가 서로 부드럽게 쓰다듬거나 마사지할 때 생산량이 증가한다.

여자가 남자보다 안정감이 높고 스킨십에 민감한 것은 옥시토신과 여성호르몬(에스트로겐)의 덕분이다.

남성에게는 남성호르몬(테스토스테론)이 활력과 기분을 좌우하는 중요한 호르몬이다.

◆엔돌핀은 '마음의 진통제'

엔돌핀은 일반인들이 흔히 알고 있듯 기분을 '업'시키는 호르몬이 아니라 오히려 차분히 가라앉히는 '마음의 진통제' 같은 호르몬이다.

어머니가 갓난아기를 안고 귀여워할 때 아이의 몸에서 엔돌핀 분비가 증가한다.

운동선수들이 운동을 하면서 힘든 고비를 넘길 때도 한껏 쏟아져 나온다.

임신을 유지하게 하는 프로게스테론은 정신을 맑게 하고 걱정거리를 차분하게 가라앉혀 숙면을 취하게 해준다.

생리 전 우울증과 피부 트러블을 유발하는 요인이기도 하다.

멜라토닌은 뇌하수체에서 분비되는 숙면 유도 호르몬이다.

해외 비행기 여행시 취침 전에 멜라토닌을 복용하면 시차로 인한 수면장애를 완화시킬 수 있다.

◆규칙적 수면과 운동 호르몬 분비 늘려

규칙적인 수면습관을 들여야 한다.

수면리듬이 일정하지 않으면 생체시간을 조절하는 호르몬인 멜라토닌 분비에 이상이 올 수 있다.

잠이 부족하면 세로토닌 등 신경전달물질 분비에 지장을 초래한다.

뇌에 있는 송과선은 밝은 낮에는 세로토닌 스위치를 켜고 멜라토닌 스위치는 끄는 역할을 한다.

반대로 어두워지면 세로토닌 스위치를 끄고 멜라토닌 스위치는 켠다.

그래서 세로토닌 농도가 낮은 아침에는 사람이 일시적으로 기분이 가라앉았다가 일어나서 어느 정도 시간이 지나야 기운을 차리는 것이다.

자기 전에 우유나 치즈, 쇠고기수프와 같이 트립토판이 함유된 식품을 섭취하면 숙면과 활기찬 아침에 도움이 된다.

네덜란드에서 진행된 연구에 따르면 다량의 트립토판이 밤에는 멜라토닌으로, 아침에는 세로토닌으로 전환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하루 10분 이상, 1주에 2번 이상의 외출이 필요하다.

특히 일조량이 감소하는 가을과 겨울에는 햇볕을 받아야 뇌 속 각종 신경전달물질의 활성이 커지고 뼈가 튼튼해진다.

규칙적인 운동은 노화방지 호르몬인 성장호르몬과 남성호르몬의 분비를 자극한다.

엔돌핀도 나오게 만든다.

김 교수는 "운동 강도가 최대 운동 능력의 40%를 넘어야 성장호르몬 분비가 증가되기 시작한다"며 "1주에 3번, 하루 20분 이상, 중간 강도 이상으로 운동하는 게 좋다"고 말했다.

고단백 식품은 성장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는 아르기닌이 풍부하다.

살코기 생선 굴 전복 깨 마 등이 대표적인 식품이다.

남성호르몬은 콜레스테롤로부터 만들어지므로 생선 올리브 호두 잣 땅콩과 같은 양질의 좋은 지방을 적당히 섭취하는 것도 중요하다.

남성호르몬 분비를 촉진하려면 아연과 셀레늄이 도움이 된다.

아연 함유 식품으로는 굴 장어 게 새우 호박씨 깨 등이, 셀레늄 함유 식품으로는 고등어 꽁치 굴 마늘 양파 버섯 등이 권장된다.

보다 직접적인 방법으로 부족한 호르몬을 보충하거나 뇌 내 세로토닌과 도파민의 농도를 올리는 우울증 치료제를 복용할 수 있다.

정종호 기자 rumba@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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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호르몬 분비, 좋은 기분 유도하는 비결

-규칙적 운동:성장호르몬 남성호르몬 엔돌핀 분비 촉진

-가벼운 노동:남편 가사조력은 시상하부 부신피질 부신수질 자극

-대화와 스킨십:엔돌핀 옥시토신 도파민 등의 분비 촉진

-애정과 관심:변연계 활성화, 성선호르몬 자극해 우울증 탈출

-명상 요가:심신이 이완돼 세로토닌 분비량 증가

-기공 심호흡:장뇌(腸腦) 호르몬 활성으로 두뇌활성·소화촉진

-클래식 음악 감상:음악에 따라 기분을 자유자재로 조절가능

-안구운동:과거의 나쁜 기억과 고통 잊게 해주고 숙면유도

-침술:통증과 불안감을 유발하는 감정뇌의 일부 기능 차단

-오메가3지방산 비타민E:심장박동 정상화, 감정 뇌에 영양공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