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드 라인을 넘기면서 우여곡절을 겪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협상 결과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는 1일"처음부터 누구도 나서지 않은 일이었다.

결국 노 대통령이 스스로 모든 책임을 떠안고 마무리까지 지었다"고 말했다.

한·미 FTA 협상에 대한 노 대통령의 의지를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실제로 노 대통령은 지난달 29일 중동 순방에서 귀국한 후 1일까지 외부 일정을 일절 잡지 않고 관저를 떠나지 않은 채 협상이 끝날 때까지 두문불출했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한·미 FTA 협상은 정치적 이해득실을 계산했다면 결코 할 수 없었던 만큼 결과에 대한 심적 부담이 컸을 것"이라고 전했다.

한·미 FTA 협상은 지난해 1월 신년 연설에서 노 대통령이 "우리 경제의 미래를 위해서 미국과도 자유무역협정을 맺어야 한다"며 한·미 FTA 협상을 시작하겠다는 의지를 공식 표명하면서 시작됐다.

미국이 먼저 요청하지 않았고 우리 내부에서도 미국과의 FTA를 먼저 체결해야 한다는 여론이 형성되지 않은 상태였다.

노 대통령은 FTA 협상을 시작한 이유에 대해 "다음 어느 쪽이 정권을 잡아도 안 할 것 같았다.

정치적 손해가 가는 일을 할 수 있는 대통령은 노무현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FTA 협상은 초반부터 격렬한 반대에 부딪쳤다.

노 대통령의 정치적 지지 세력으로 볼 수 있는 진보 진영의 반대는 협상이 막바지로 치달을수록 더욱 거세졌다.

국내에서 협상이 열릴 때마다 청와대 진입을 시도하는 시위대를 막기 위해 청와대로 통하는 도로는 봉쇄됐다.

참모로 데리고 있던 정태인 전 청와대 국민경제 비서관은 FTA 반대의 선봉에 서서 청와대와 노 대통령을 곤혹스럽게 했다.

여당이었던 열린우리당 김근태 전 의장과 법무부 장관이었던 천정배 의원마저 반(反)FTA 단식 투쟁에 동참하면서 노 대통령의 정치적 고립을 심화시켰다.

FTA가 올해 말 대선에서 극적인 반전을 꾀하기 위한 사전 시나리오라는 음모론마저 불거지기도 했다.

이처럼 FTA 협상은 14개월 동안 단 한 번도 국내의 적극적인 지지 기반을 갖지 못한 상태에서 진행됐지만 노 대통령은 FTA에 대한 확신을 거둬들이지 않았다.

노 대통령은 오히려 진보 단체를 향해 "우리나라가 진보 진영만 사는 나라인가.

진보라면 미래의 문제에 대해 보다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며 대안 없는 비판을 추궁했다.

오히려 "진보적 정치인들이 정직하지 않은 투쟁을 하고 있다"고 몰아붙였다.

농업에 대해서도 "식량 안보를 얘기하지만 기름도 쌀보다 조금도 가볍지 않다.

농업도 시장의 원리에 따를 수밖에 없다"고 농민 대표들을 설득했다.

노 대통령은 또 시기상조론에 대해 "FTA는 전 세계적인 대세다.

우리가 '왕따'가 되거나 낙오해선 안 된다.

FTA는 더 이상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먹고 사는 문제"라며 일축했다.

그러면서 "중국과 FTA를 안 할 수 있으면 미국과도 안 할 수 있다.

그러나 중국이 여러 나라와 FTA를 맺으면 경쟁적 위치에 있는 한국이 과연 살아 남을 수 있겠느냐"며 소신을 강조했다.

협상 막바지에는 철저한 개방경제론자인 한덕수 전 경제부총리를 총리로 지명하면서까지 한·미 FTA타결 의지를 공개적으로 표시했다.

정부 고위 당국자는 "미국과 FTA 협상을 한다는 것은 1965년 한·일 수교회담 수준의 정치적 부담을 떠안는 것과 같았다"면서 "이번 협상 결과는 참여정부에 대한 후세의 평가에서 거의 전부를 차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심기 기자 sg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