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차의 뜨거운 소음이 멈추고

구겨진 플라스틱 병 우그르르 펴지듯 밀려나오는 사람들

다다다 헉헉 툭 툭 휘익(…)

햇살에 눈 떠 숨을 쉬며 시작되는 일상

나서면 땅 속 깊게 뻗어 있는 에스컬레이터

가만히 줄 서 있다 발을 내디디면

질서 정연한 낯선 등이 보이고

질서에 순화된 말 없는 저 등

올라가고 내려오는 동안엔 이탈할 수 없어

무한한 아침 소란 속에서도

앞 등만 보이는 행렬은 더운 침묵이다

뒤이은 행렬에 내 등을 내주며

좀비처럼 오르는 고행의 행렬

돈 벌러 가는 출근길 그래야 산다-김사이 '아침'부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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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 텔레비전 아침 프로그램에 소개된 이야기다.

충북 옥천군 방하물리에 처음으로 노선버스가 들어갔다.

승합차만한 소형버스였다.

마을 사람들은 버스 앞에 조촐한 상을 차려놓고 고사를 지냈다.

아이들은 버스 주위를 깡총깡총 뛰어다녔다.

기사아저씨에게는 차와 먹을 것이 건네졌다.

한 아주머니는 버스 유리를 정성스럽게 닦은 후 바닥을 쓸고 또 쓸었다.

다른 아주머니는 신발을 탁탁탁 몇 차례나 턴 다음에야 버스에 올라갔다.

기사 아저씨는 이 마을에 오면 대통령도 부럽지 않다고 했다.

사람이든 물건이든 꼭 필요한 곳에 있어야 이런 풍경이 만들어진다.

우리 주변엔 사람과 물건이 너무 많다.

그게 문제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