趙東根 < 명지대 사회과학대학장/시장경제제도연구소 이사장 >

기업은 소비자를 놓고 시장에서 경합하기 때문에 경쟁의 기본단위로서의 '기업의 경쟁력'을 정의하는 것은 어렵지 않다.

그러나 국가경쟁력의 경우는 다르다.

우선 기업처럼,국가간 경쟁이 직접 일어나지 않을 뿐더러 국가는 자원(資源)을 소유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국가경쟁력은 자국 기업이 세계시장에서 다른 나라 기업들과 성공적으로 경쟁할 수 있게끔 법과 제도를 정비하는 '소프트웨어' 능력으로 정의될 수 있다.

그러나 이 같은 국제경영개발원(IMD) 식의 정의만으로는 부족하다.

정책에 대한 국민의 '정책순응' 비용이 반영돼야 한다.

정책순응 비용이 높다는 것은 그만큼 '규제회피'를 위해 많은 자원을 투입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정치적 과정을 통해 결정된 구속력을 갖는 '사회적 의제(議題)'가 사회 구성원의 이해(利害)와 크게 엇갈린다는 것을 의미하기도 한다.

만약 정책의 목표가 합목적적이고 그 절차가 합리적이면 그만큼 이해관계자를 쉽게 설득할 수 있어,정책 순응비용을 낮출 수 있다.

고전적 자유주의 사상은,통치자를 믿지 못해 권력에 제한을 가했더니 뜻밖에 좋은 결과가 나타났다는 사실을 일반화하고 확대하려는 노력에서 나온 것이다.

치자(治者)의 권력을 제한하고 개인에게 자유를 허용하는 길은,금지된 것이 아니면 허용되는 '원칙 자유,예외 금지'를 정책의 기조로 삼는 것이다.

따라서 정책은 통치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하거나 여론동향에 편승한 쾌도난마식 '휘두르는 칼'이 돼서는 안 된다.

하이에크도 정책은 '원칙'의 문제이지 특정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편의'의 문제일 수 없음을 설파했다.

따라서 필요에 의한 법의 제정이 아닌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는 행동준칙"을 사후적으로 법제화하는,'법의 지배'(rule of law)가 정책의 품질을 높인다.

부동산 조세정책은 정책품질은 고사하고 최소한의 합리성마저 갖추지 못하고 있다.

특정 아파트의 경우 보유세가 1년 사이에 3.4배 증가한 것으로 보도됐다.

세금은 본질적으로 국가 서비스에 대한 반대급부이기 때문에 세금 납부는 일종의 '교환행위'이다.

따라서 1년 사이에 세금이 3.4배 늘어난다면 이는 강탈에 가깝다.

올해 전체 종합부동산세 과세(課稅) 대상자와 세수는 전년에 비해 각각 48%,68% 증가했다.

1년 만에 과세 대상자와 과세 금액이 이같이 '현격하게' 증가했다는 것은,과세정책이 실물경제 흐름과 유리되었음을 의미한다.

실체가 없는 '신기루'를 세원으로 포착한 것이다.

참여정부는 '복부인,기획부동산,건설업자,일부 언론 저항'을 부동산 4적(敵)으로 규정했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4적에 의해 부동산가격이 요동칠 만큼 허약한 국가는 아니다.

자학적(自虐的) 정책 인식이 세금폭탄의 진원지인 것이다.

투기수요를 잡겠다고 정밀하게 설계된 세금정책이 집값도 못 잡고,결과적으로 과세 대상자만 늘린 것이다.

종부세가 부담스러우면 이사 가라는 것은 '말 폭탄'이다.

세금은 소득에서 내는 것이지 원본을 훼손하면서까지 내는 것은 아니다.

참여정부는 종부세를 납부하는 가구가 전체 가구의 2.1%에 지나지 않는다고 했다.

'한줌도' 되지 않는 가구만 해당되니 뒤집지는 못할 것이라는 것이다.

또한 부동산세가 아무리 높아도 좋으니 그런 세금을 한번 내보았으면 한이 없겠다고 말하는 사람들이 많음을 내비치고 있다.

정책으로 국민을 편 가르기 해서는 안 된다.

2%는 98%에 비해 소수이다.

그러나 징벌적 조세로는 '빈자(貧者)'의 샘을 채울 수도 없고,부동산 세제도 정상화시킬 수 없다.

부자의 샘만 마르게 할 뿐이다.

상대적 박탈감을 이용해 소수를 때리고 다수를 위무하려는,그리고 1가구 1주택의 중산층에 경제적 불이익을 전가하는 '조악한 품질'의 부동산 정책은 일정한 시차를 두고 국가경쟁력을 해치게 될 것이다.

그것도 치명적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