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기업은행의 목표는 국내 3강이나 4강이 아니라 최고 은행입니다.

그동안 쌓은 중소기업 금융 노하우로 이머징 마켓에 진출해 '금융의 한류(韓流)'를 일으키겠습니다."

탁월한 경영 실적으로 '국책은행장 연임 불가'란 불문율을 깨고 재임에 성공해 금융계 화제 인물로 떠오른 강권석 기업은행장의 경영 포부다.

그는 2004년 3월 취임 후 성장성 수익성 건전성 등의 세 마리 토끼를 잡으며 자산 100조원 달성과 순익 1조원 클럽 가입이란 실적을 올렸다.

이 같은 경영 성과는 올초 금융계 최고 권위의 다산금융상 대상 수상으로 공인받았고 연임 성공에 밑거름이 된 것으로 금융계는 보고 있다.

강 행장은 연임이 확정되기 이틀 전에 2004년 돌아가신 어머니를 오랜만에 꿈에서 봤다고 한다.

얼굴에 환한 웃음을 지으며 하늘에서 먼저 아들의 연임을 축하해 주는 길몽이었던 셈이다.

'외유 내강'의 리더십으로 연임 신화를 이룬 강 행장을 15일 서울 을지로 본점 9층 행장실에서 만나 비전과 포부를 들어봤다.


-지난 13일 취임식을 갖고 새로운 임기를 시작했는데 재임 포부는.

"지난 1기는 기업은행이 성장하고 발전할 수 있는 토대를 쌓고 저력을 다진 시기였다.

2기는 이를 바탕으로 웅비(雄飛)하는 시기다.

지난 3년간이 생존을 위한 싸움이었다면 앞으로 3년은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느냐 없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이제 국내 4강,국내 3강이란 목표는 의미가 없다.

대한민국 최고 은행을 목표로 뛰겠다."


-올해 구체적인 경영 목표는.

"올해 자산 125조원, 당기순이익은 1조2000억원을 올린다는 목표를 세웠다.

오는 22일 주총에선 배당 성향 23% 수준을 유지해 주당 550원을 배당할 예정이다."


-기업은행 민영화에 대한 소신은.

"민영화가 필요하다고 본다.

전체 금융시장에서 중소기업 금융이 차지하는 비중이 45%에 달한다.

이런 상황에서 국책은행이 중소기업 금융을 전담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민영화 시기는 언제로 보는가.

"이르면 5년 후 정도라고 본다.

국민 경제상 중소기업 금융에 친화적인 은행이 하나 정도는 있는 게 맞다.

이 같은 관점이라면 기업은행이 지속 가능한 존재로서 기틀을 다진 뒤에 민영화해야 한다.

순익 2조원,시가총액 20조원,자산 200조원 정도가 되면 민영화 기틀이 다져진다고 볼 수 있다.

이를 달성하는 데 5년 정도 시간이 소요될 것이다."


-증권 및 보험사 인수 계획은.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해 증권·보험사 인수를 추진 중이다.

LIG생명 인수 건은 구체적인 진전 사항이 없지만 여전히 보험사 인수에 대해 필요성을 느끼고 있다.

자본시장통합법 시행을 앞두고 증권업 진출도 필요하다.

금감원 경영평가 등급이 2등급으로 올라가면 인수합병(M&A)에 투입할 수 있는 자금이 2조원까지 늘어난다.

IB(투자은행) 부문이 강한 증권사를 인수하고 싶다."


-해외 진출 계획은.

"기업은행이 갖고 있는 중소기업 금융 지원에 관한 노하우는 세계 어디서도 찾기 어려울 만큼 상당하다.

이 같은 경쟁력을 신흥시장에 전파하면서 중소기업 금융의 한류를 불러일으키겠다.

이를 위해 올해 중국 톈진(天津) 지역에 본부를 만들어 중국 5개 점포를 관할토록 하고 향후 이를 현지법인으로 승격시켜 현지 중소기업을 상대로 영업을 시작하겠다.

인도와 카자흐스탄에 사무소 개설도 검토하고 있다."


-텃밭인 중소기업 금융시장에서의 전략은.

"중소기업 금융분야의 리딩뱅크 위치를 확고히 하겠다.

이를 위해 올해 중소기업 대출을 10조원 늘릴 계획이다.

현재 19%인 중소기업 금융 시장 점유율도 매년 1%포인트씩 올려 중장기적으로 25% 이상 높이겠다.

중소기업의 5년 생존율이 13%에 불과할 만큼 많이 만들어지고 많이 없어진다.

기업주치의 역할을 강화하는 한편 M&A 등 투자은행 부문도 확대할 생각이다."

유병연/정인설 기자 yoob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