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그룹은 23일 오너 4세들이 두산산업개발이 보유 중인 ㈜두산 지분 171만여주(7.2%)를 전격 매입했다고 발혔다.

이로써 계열사 간 형성돼 있는 두산그룹의 3개 순환출자 고리 중 1개가 완전 해소되는 동시에 오너들의 ㈜두산 지분율은 종전 19.9%에서 27.1%로 올라가 안정적인 경영권 확보가 가능해졌다.

이에 따라 내년 말을 목표로 추진되고 있는 ㈜두산의 지주회사 전환 작업에 가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1개의 순환출자 고리 해소

두산 오너 3세인 박용곤 명예회장의 장남인 박정원 두산산업개발 부회장 등 오너 4세 10명은 이날 두산산업개발이 갖고 있던 ㈜두산 주식 171만968주(7.2%)를 장외 시간외 매매 방식으로 전량 매수했다.

주당 매입 가격은 이날 종가인 5만4000원으로,이들 4세의 총 매입 금액은 923억원에 달한다.

이들은 주식 매수 자금이 부족해 기존에 갖고 있던 ㈜두산 주식 등을 담보로 차입,자금을 마련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오너들의 ㈜두산 주식 매입은 예정된 것이었다.

㈜두산을 지주회사로 바꾸기 위해 두산그룹은 △㈜두산→중공업→산업개발→㈜두산 △㈜두산→중공업→엔진→㈜두산 △(주)두산→중공업→인프라코어→㈜두산 등 3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끊어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해 오너들은 작년 7월부터 두산산업개발이 매도하는 ㈜두산 지분을 매입해 ㈜두산 지분율을 높이는 작업을 진행해 왔고,이날 마지막 남은 7.2%마저 매입함으로써 '㈜두산→중공업→산업개발→㈜두산'의 1개 순환출자 고리를 완전 해소했다.

향후 두산 오너들은 남아 있는 2개의 순환출자 고리마저 끊기 위해 두산엔진과 두산인프라코어가 보유 중인 ㈜두산 지분(8.4%)을 추가로 매수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윤곽 드러난 지주회사 구도

이날 두산산업개발의 지분 정리로 ㈜두산의 지주회사 윤곽이 사실상 드러났다.

앞으로 2개의 순환출자 고리마저 추가로 해소할 경우 두산의 지주회사 체제 구도는 '오너 일가→㈜두산(지주회사)→두산중공업·삼화왕관·오리콤(자회사)→두산산업개발·두산엔진·두산인프라코어(손자회사)'의 형태를 띠게 된다.

남은 과제는 ㈜두산을 사업부문과 지주회사부문으로 분할해 순수지주회사 형태로 갈 것이냐,아니면 현재처럼 독자사업도 영위하면서 지주회사 역할도 함께 맡는 사업지주회사 형태로 갈 것이냐 하는 점이다.

현재 두산 측은 사업지주회사를 유력한 대안으로 보고 있다.

순수지주회사는 수익이 자회사 배당금 등으로 제한돼 있어 지주회사가 적극적인 투자를 하는 데 한계가 있지만,사업지주회사는 독자적인 사업을 통한 수익금으로 적극적인 투자 재원 마련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실제 박용성 전 회장은 최근 한국경제신문과 단독 인터뷰를 갖고 "좀 더 두고봐야겠지만 현재 생각으로는 순수지주회사보다는 사업지주회사를 선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