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이 열린우리당 탈당 의사를 공식화한 직후부터 대통령의 정치중립과 중립내각 구성 문제로 청와대와 정치권이 충돌하고 있다.

청와대는 노 대통령의 당적 정리와 함께 초당적 국정 운영 방침을 밝히면서도 이는 중립 내각과는 다른 문제라는 입장인 반면 한나라당은 정치적 중립없는 탈당은 코미디라고 반박하고 있다.

◆중립내각 위한 탈당 아니다

청와대는 23일 정치인 장관의 내각 잔류 방침과 함께 정무특보단도 당적을 보유한 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밝혔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이 탈당하고 총리가 당으로 복귀한다고 해서 일률적으로 장관들도 복귀하고,당적 정리를 해야 한다는 원칙을 갖고 있지 않다"고 말했다.

유시민 보건복지부 장관은 물론 박홍수 농림,이재정 통일,이상수 노동부 장관도 당적을 보유한 채 모두 내각에 남겠다는 자신의 뜻을 관철할 수 있게 됐다.

이해찬 전 총리와 이강철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조영택 전 국무조정실장,문재인 전 민정수석 등 노 대통령의 측근 인사들이 그대로 특보직을 갖게 됐다.

청와대 고위 관계자는 "대통령의 당적 정리가 중립내각 구성을 위한 것이 아니지 않느냐"면서 "대선을 위한 중립 내각이라면 현재로도 충분하다고 본다"고 강조했다.

◆정치적 중립 없는 탈당은 코미디

반면 정치권은 노 대통령의 탈당 취지를 퇴색시키고,대선 국면에서 공정성 시비를 낳아 정쟁의 빌미가 될 수 있다며 청와대의 이 같은 결정에 강하게 반발하고 나섰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역대 대통령의 탈당이 선거 중립 선언의 차원이었다면 이번은 정치적 의도를 갖는 코미디라 할 수 있다"며 "그렇지 않다면 노 대통령은 정치인 장관을 퇴진시키고 중립 선언과 함께 중립 내각을 구성하라"고 촉구했다.

통합신당 모임의 양형일 대변인도 "정치인 출신 장관이 있으면서 대선을 중립적으로 관리한다는 것은 대단한 모순"이라며 "한명숙 총리를 교체할 때 당적을 보유한 정치인 출신 장관들도 함께 교체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특히 유 장관의 탈당 문제는 열린우리당 내에서 적지 않은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다.

유재건 열린정책연구원장이 지도부에 유 장관의 출당을 요청한 데 이어 이날 천안에서 열린 열린우리당 의원 워크숍에서도 유 장관의 출당을 요구하는 의원들이 많았던 것으로 전해졌다.

이에 대해 윤승용 청와대 홍보수석은 "중립 내각이 뭘 의미하는지 개념이 다르다.

선거 중립내각이라면 선거에 관련된 부처 정도만 중립적 인사를 하면 되지 않느냐"면서 "이들 부처는 이미 그렇게 돼 있다"고 반박했다.

이심기·강동균 기자 kdg@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