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없이 바쁘지만 고국 땅을 떠나온 탓에 남몰래 외로움을 탑니다. 그래도 늘 따뜻하게 대해주는 직장 동료들이 큰 힘이 됩니다."

대우증권에서 5년째 중국 경제 분석을 담당하고 있는 주시쿤(朱希昆) 선임연구원.그에게 여의도는 기회의 땅이다.

그는 "외국인으로 한국에서 증권맨으로 살아가는 게 쉬운 일은 아니다"면서도 "중국으로 돌아가면 한국 기업을 분석하는 전문가가 되겠다"며 환한 웃음을 지었다.

증권가에서 외국인 애널리스트를 찾기란 아직까지 쉬운 일은 아니다.

현재 애널로 뛰고 있는 외국인은 주씨 외에 굿모닝신한증권의 류제(劉杰),그리고 신영증권의 중국 교포(조선족) 3세인 이기용 연구원 등 세 명에 불과하다.

모두 중국 출신이다.

이들과 인턴사원을 포함해 15명 안팎의 외국인이 일하고 있다.

대부분은 영문 리포트를 검토하고 수정하는 에디터(editor)를 맡고 있다.

◆하루 25시간 산다

외국인 증권맨을 찾는 수요가 증가하면서 일거리도 폭주하고 있다.

주시쿤씨(32)는 밤 11시 퇴근 후에도 잠자리에 들지 못한다.

중국 시장 및 기업 관련 문의가 이어지기 때문이다.

최근 중국 증시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 중국 기업 자료 요청이 부쩍 늘어 더 바쁘다.

그 와중에 한국 기업 보고서도 꼼꼼히 살피며 '한국통'이 되기 위한 내공을 쌓아가고 있다.

그는 2002년 입사 때만 해도 언어장벽으로 고생이 많았다고 한다.

주씨는 "한국어로 작성해야 하는 보고서가 제일 어려웠다"며 "한국어를 공부하기 위해 교재를 통째로 외웠다"고 회고했다.

대한투자증권에서 미국 헤지펀드 관련 업무를 맡고 있는 데이비드 패트릭 베네트 법인영업부 차장(35)은 전일 뉴욕 증시의 시황을 들으며 일어나 매일 오전 7시면 어김없이 여의도 14층 사무실에 모습을 드러낸다.

경제 뉴스와 헤지펀드 관련 소식을 스크랩하는 게 가장 먼저 할 일이다.

장중에는 해외운용사에 직접 전화를 걸어 상품 개발 방향을 판단하는 데 도움을 얻는다.

최근 헤지펀드에 투자하는 한국 투자자들이 증가하면서 일도 크게 늘었다.

◆외국인 채용 바람

SK증권에는 지난달 초부터 중국과 베트남 출신 인턴사원 2명이 근무하고 있다.

입사 당시 총 48명이 지원,24 대 1의 높은 경쟁률을 보였다.

중국인 애널도 새로 뽑는다.

투자전략팀에 배치돼 중국 경제분석과 전망 등을 담당할 이 직원은 8월부터 한국 생활을 시작한다.

동양종금증권도 중국 선물·옵션 시장 개설에 대비해 중국 출신 직원을 채용,시장 선점에 나설 계획이다.

굿모닝신한증권과 신영증권은 지난해 중국 출신 애널리스트를 뽑았다.

우리투자증권은 박종수 사장이 직접 나서 미국 MBA 출신 직원 10여명을 뽑기 위해 최근 뉴욕을 방문하기도 했다.

증권업협회 관계자는 "자본시장통합법이 시행되고 국내 증권사들이 글로벌화되면 국내에서 일하는 외국인 증권맨도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정현영 기자 jhy@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