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엘리베이터 업계가 '덤핑 수주' 후유증으로 몸살을 앓고 있다.

업계의 저가·덤핑 수주가 갈수록 심해지면서 엘리베이터 업체들의 실적이 곤두박질치고 있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인력 감축 등 구조조정에 잇따라 나서고 있고,최근에는 아예 영업을 중단하는 사례마저 발생하고 있다.

2002년부터 한국에서 영업 중인 일본의 도시바엘리베이터 관계자는 22일 "올해부터 아파트 등의 신규 엘리베이터 설치 영업(신규 영업)은 잠정 중단하고 기존에 설치해 놓은 엘리베이터에 대한 보수작업(보수 영업)만 수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현재 한국의 엘리베이터 설치 가격은 동남아시아보다도 낮은 원가 이하 수준"이라며 "현 상황에서 신규 영업을 하면 할수록 적자가 커지기 때문에 (일본) 본사가 추진 중인 초저가형 엘리베이터 개발이 끝날 때까지 신규 영업은 중단할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이처럼 도시바가 신규 영업을 중단키로 한 것으로 밝혀지자 업계는 '드디어 올 것이 왔다'며 영업 중단이 다른 회사로까지 확산되지 않을까 우려하는 분위기다.

엘리베이터 업계의 덤핑 수주는 어제 오늘의 얘기가 아니기 때문.업계 관계자는 "2003년부터 일부 업체를 중심으로 시작된 출혈 경쟁은 갈수록 정도가 심해지더니 작년 하반기부터는 적정 가격보다 무려 20% 정도 싸게 응찰하는 업체도 등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덤핑 수주는 자연히 업계의 실적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일례로 티센크루프동양은 직전 연도 95억원의 경상이익에서 작년(2005년 10월~2006년 9월) 228억원의 경상손실로 전환돼 업계에 충격을 줬다.

12월 말 결산법인인 다른 업체들의 결산도 진행 중이지만 지난해 실적 부진을 면치 못했을 것이란 게 업계의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최근 수년 새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에 공급(자)은 크게 늘어났지만 수요는 오히려 감소한 데 따른 후유증이라고 업계는 설명하고 있다.

1999년 말 세계 최대 엘리베이터업체인 미국 오티스가 한국 시장에 진출한 것을 필두로 2000년대 들어 티센크루프동양(독일) 미쓰비시(일본) 코네(핀란드) 쉰들러중앙(스위스) 도시바(일본) 등 세계 메이저 업체들이 잇따라 국내에 단독 혹은 합작 형태로 진출했다.

결국 토종 업체는 현대엘리베이터만 혼자 남아 고군분투하고 있을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국내 엘리베이터 시장은 연 2조원(신규 시장 1조원,보수 시장 1조원)으로 세계 4~5위권에 달할 만큼 규모가 큰 데다 중국 시장에 진출하기 위한 교두보로 활용할 목적으로 해외 메이저들이 최근 수년 새 한국 시장에 몰려들었다"고 진단했다.

하지만 엘리베이터 수요는 2004년 정점에 오른 뒤 곤두박질 치고 있다.

국내 엘리베이터 신규 설치 대수는 2005년 2만7103대로 전년 대비 14.8% 급감한 데 이어 작년에도 2만4906대로 8.1% 줄었다.

부동산 규제에 따른 주택 경기 둔화 등이 주된 이유다.

보수 시장에도 현재 500여개의 군소 업체가 난립하면서 출혈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이상열 기자 mustafa@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