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펀드시장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9조7277억5800만달러(약 9095조원)에 달한다.

국내 펀드 총 자산(226조원)의 40배가 넘는다.

시장 규모는 이처럼 큰 차이가 나지만 펀드 수에선 비슷하다.

국내에서 운용 중인 펀드는 7536개로 미국(8056개)에 근접해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펀드당 순자산은 미국이 평균 12억750만달러(약 1조1290억원)지만 국내 펀드는 300억원에 불과하다.

보통 1000억원은 돼야 포트폴리오 투자를 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처럼 잘게 쪼개진 수많은 펀드를 매니저들이 제대로 관리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울 정도다.

게다가 은행 증권 등 펀드 판매사들도 고객에게 계열사 상품부터 우선 권하기 일쑤다.

전문가들은 펀드 시장 발전을 위해선 운용사와 판매사의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는 게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 운용 전문성 높여야

펀드 운용은 일관성이 필수적이다.

단기적인 시장 상황에 흔들리지 않고 운용철학을 얼마나 잘 지켜내느냐가 장기 수익률을 결정짓는다.

그렇다면 국내 펀드매니저들은 자신의 펀드를 평균적으로 얼마 동안 관리할까.

조사 결과는 '실망'이다.

굿모닝신한증권이 2004년 6월부터 2006년 6월까지 2년간 각 운용사를 대표하는 10개 펀드의 매니저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매니저의 35.7%가 조사 기간 중 회사를 옮긴 것으로 나타났다.

펀드평가사인 제로인에 따르면 2004∼2005년 44개 자산운용사 펀드매니저의 평균 재직 기간은 2년6개월에 그쳤다.

'철새 매니저'가 양산되는 데는 여러 이유가 있다.

우선 펀드시장 확대로 매니저 수요가 늘자 스카우트 제의가 흔해졌다.

운용사 최고경영자(CEO)의 수명이 짧은 점도 영향을 미친다.

단기간에 성과를 원하는 CEO들은 특정 펀드가 부진하면 해당 매니저를 교체하고 보자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업계에 만연한 '상품 베끼기' 관행도 위험 수준이다.

베트남 펀드로 돈이 몰리자 비슷한 상품이 우후죽순처럼 등장한 게 대표적 사례다.

◆ 보수 체계 개선도 시급

한국경제신문이 4대 시중은행의 주식형펀드 판매 리스트를 조사한 결과 많게는 절반 이상을 계열 운용사의 펀드로만 채운 것으로 조사됐다.

2개의 계열 운용사를 가진 신한은행은 자사 펀드 비중이 56%에 달했다.

하나(33%) 우리(28%) 국민(27%) 등도 3개당 1개꼴로 계열 운용사 상품을 창구에 올려놓고 있다.

투자자에게 도움이 되는 펀드를 권하기보다는 계열사를 밀어준다는 인상이 짙다는 지적이다.

보수체계도 문제다.

자산운용협회에 따르면 주식형펀드의 평균 보수는 2.12%로 이 중 무려 1.40%가 판매사 몫이다.

펀드 수익률에 상관없이 보수의 70% 가까이는 판매사가 챙기고 있지만 펀드 판매 후 사후 관리는 소홀하다는 가입자들의 불만이 높다.

투자 위험을 제대로 알리지 않고 과거의 수익률만 보여주며 가입을 권유하는 '불완전판매'도 논란의 불씨를 안고 있다.

박승훈 한국증권 펀드분석팀장은 "판매사도 펀드에 대한 전문 지식을 가진 직원을 두고 제대로 된 상품을 추천하는 게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