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년3개월 동안 이들처럼 역동적인 삶을 산 사람들이 또 있을까.

2005년 10월15일 밤. "제29회 MBC 대학가요제의 대상은 '잘 부탁드립니다'의 익스(Ex)"라는 한마디의 말은 평범한 지방 대학생 밴드의 운명을 송두리째 바꿔버렸다.

그날 이후 이들은 각 매스컴과 가요계의 주목을 받는 '스타'가 됐다.

독특하고 신선한 노래와 맞물린 보컬 이상미(24)의 수려한 외모가 세간의 화제가 된 것.
특히 이상미에게는 솔로 데뷔 제안 등이 빗발쳤다.

집은 물론 학교 학과사무실(경북대 문헌정보학과)까지 음악 관계자들의 발길이 닿았다.

하지만 그토록 뜨겁던 관심은 몇 개월 가지 않았다.

방송 출연이 뜸해졌고 소속사가 정해지면서 세간의 시야에서 멀어져갔다.

1년반도 안 되는 시기에 인기의 부침을 확실하게 겪은 셈이다.

"우리는 그 같은 사람들의 관심을 인기라고 생각한 적이 없어요.

그때도 '이게 무슨 일이지'라고 의아하게 생각했습니다.

주위에서 '기사가 떴다' '온라인에 사진이 돈다'는 말을 들었지만 놀랍고 당황할 뿐이었어요.

잊혀지는 것은 당연하다고 생각했습니다.

한 것에 비해 과도한 관심이 부담스러웠지요."(이상미, 이하 이)

베이스를 맡은 방지연(24ㆍ대구대 유아특수교육학과)은 오히려 "우리가 다시 나온다고 했을 때 사람들이 여전히 기억해 줘서 고마웠다"며 냄비 같은 세간의 변덕을 긍정적으로 해석했다.

대상 수상 후 다른 멤버의 군입대 문제 등으로 멤버 수가 5명에서 이상미(보컬), 방지연(베이스), 공영준(드럼ㆍ24ㆍ영남대 경영학과) 3명으로 줄었다.

이들은 음악으로 '끝'을 보기로 결심하고 상경, 서울 홍익대 인근 클럽 공연장을 누비며 1년 동안 칼을 갈았다.

곧바로 데뷔할 수도 있었는데 1년의 유예기간을 둔 이유는 무엇일까.

"처음부터 1년의 기간을 생각했던 것은 아닙니다.

앨범 작업이 늦어지는 등의 이유가 있었죠. 또 음악 좋아하던 동아리 멤버들이 프로의 세계로 뛰어든 만큼 어느 정도 시간도 필요했습니다."(이)

1년 후 이들은 그 동안의 노력이 담긴 첫 싱글 음반 '연락주세요'를 들고 돌아왔다.

이 노래에서도 취업준비생의 아픔을 담은 전작 '잘 부탁드립니다'의 풋풋함은 그대로 묻어난다.

록을 기반으로 경쾌한 리듬과 재미있는 가사가 인상적이다.

다만 전반적인 분위기가 전작의 연장선으로 여겨졌다.

이 곡을 계기로 한번에 '대학생 밴드'라는 꼬리표를 떼기는 쉽지 않아 보였다.

'대학생스럽다'는 지적에 이들은 '대학생답게' 경쾌한 대답을 내놨다.

"대학을 졸업하지 않았으니 당연히 대학생스럽죠. 프로지만 아직 제대로 발을 들여놓은 것은 아닙니다."(이)

'잘 부탁드립니다'의 연장선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는 지적과 관련해 방지연은 "익스의 독특한 색깔이 전해졌다는 말로 생각돼 감사하다"며 "이제 겨우 두 곡이 공개돼 그런 평을 받는 것 같은데 4월께 정규 음반에는 발라드 등 한층 다양한 음악을 선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특히 이번 곡에는 자우림의 드러머 구태훈이 프로듀서로 참여했다.

자우림과 같은 소속사이기도 한데다 이상미의 한 선배가 구태훈과 친분이 있어서 인연이 맺어졌다.

방지연은 "지금 우리가 가진 음악적 지식의 대부분은 구태훈 선배의 도움 덕분"이라며 "구 선배는 새로 나온 좋은 음반 등도 권해줘 우리가 큰 도움을 받았다"고 말했다.

한편 3명은 현재 다니던 대학을 휴학한 상태. 대학가요제가 있었던 2005년 2학기 때는 '올 F' 또는 학사경고의 성적을 거뒀다.

기대 이하의 참담한 성적표를 손에 들게 됐지만 공부에 대한 욕심도 여전하다.

"입학했으니 그냥 졸업만 하겠다는 생각은 없어요.

모두 평소 원했던 학과에 몸담고 있는 만큼 몇 년 동안 공부한 것을 헛되이 날리고 싶지는 않아요."(이)

모든 일에 호기심과 욕심이 많은 이들이 음악계에서 어떤 활약을 펼쳐나갈지 주목된다.

(서울연합뉴스) 김영현 기자 cool@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