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盧武鉉) 대통령이 25일 신년 기자회견에서 밝힌 남북정상회담에 대한 입장은 `항상 문은 열어놓고 있지만 지금으로선 어렵기 때문에 개최 시도가 없으며 현재로서는 북핵 6자회담이 우선시 돼야한다'는 것으로 요약된다.

노 대통령은 이날 "지금은 아무 것도 모른다.

시도하고 있지 않다.

이 환경에서는 어렵다고 본다"고 현재 입장을 정리했다.

노 대통령의 이런 입장은 현재의 정세인식에 따른 것으로 보인다.

구체적으로 보면 제5차 6자회담 속개가 임박한 상황에서 남북정상회담 카드를 꺼내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는 판단에 가까운 것처럼 느껴진다.

실제 노 대통령은 6자회담과 남북정상회담을 순차적 사안으로 봤다.

노 대통령은 "6자회담이 큰 틀"이라고 전제한 뒤 "북핵 문제가 기본적으로 가닥이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정상회담은 북쪽에 불리한 환경이 조성되고 남쪽은 얻을 것이 없다"며 "이 일은 순차로 해야 한다"고 분명히 한 것이다.

지금은 6자회담에 `올인'해야 한다는 정세 판단인 셈이다.

이런 판단은 노 대통령이 이날 "6자회담이 잘 되도록 미국에도, 북에도 좋은 분위기를 조성하고 서로 원심력이 작용할 때 끌어붙이고 거기 인센티브도 작용하고 때로는 나쁜 소리도 하고 하는 게 지금 할 일"이라고 선을 그은 대목을 보면 분명히 읽을 수 있다.

노 대통령은 벽두부터 정상회담이 야당의 정치공세 대상이 되고 있는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표시했다.

노 대통령은 "(정상회담 개최 시도는) 있지도 않은 일"이라고 잘라 말하면서도 임기 말이라고 해서 야당에서 "하지 마시오"라고 요구할 수 있느냐며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노 대통령은 그러나 정상회담에 대한 원론적 입장은 유지했다.

지난 23일 특별연설을 통해 "문은 항상 열어놓고 있다"고 말한 것에 대해 노 대통령은 이날 원론적인 입장이고 과거와도 다름 없는 입장이라고 설명한 것이다.

원론적 입장이란 정상회담의 유용성을 인정하며 어느 장소에서라도 할 수 있다는 종전 스탠스로 이해된다.

결과적으로 지금은 때가 아니지만 6자회담 결과에 따라, 정세 변화에 따라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으로 볼 수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관측이다.

따라서 향후 움직임은 6자회담 결과에 연동된 것처럼 보인다.

이 경우 2월 초 열릴 것으로 예상되는 6자회담이 결실을 보는 상황과 별 다른 합의없이 다시 한번 공전하는 상황으로 나눠 볼 수 있다.

우선 6자회담에서 9.19 공동성명 이행을 위한 초기 조치에 합의하고 행동에 옮겨질 경우에 남북 정상의 대화 필요성은 높아질 것이라는 관측이 현재로서는 우세한 편이다.

이는 한반도 비핵화와 평화체제 프로세스 가동을 위해서는 이를 촉발하기 위한 남북대화가 필요하며 특히 의제의 성격에 비춰 남북장관급회담보다는 정상회담이어야 의미 있는 결론이 가능할 것이라는 분석 때문이다.

하지만 베를린 북미회동 이후 조성된 긍정적인 분위기에도 불구하고 차기 6자회담이 초기 조치 합의에 실패한다면 상황은 달라질 것으로 보인다.

다시 한 번 긴장 국면에 들어가면서 정상회담에 불리한 정세가 초래될 것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자회담이 어려워진다면 남북대화를 통해 끌고 나가야 한다는 논리에서 본다면 오히려 정상회담의 필요성이 커질 것이라는 관측도 적지 않은 상황이다.

(서울연합뉴스) 정준영 기자 princ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