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패는 창조의 디딤돌이며 성공을 위한 자산입니다.''여수 세계박람회는 우리가 세계 5대 해양강국으로 진입할 수 있는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2007년을 문화의 힘이 미래한국을 바꾸는 디딤돌의 해가 되도록 하겠습니다.''당신들의 용기와 노력으로 밝힌 빛은 한국 과학계의 디딤돌이 될 것입니다.'

첫 번째는 이건희 삼성그룹 회장의 신년사,두 번째와 세 번째는 김성진 해양수산부 장관과 김명곤 문화관광부 장관 신년사에 나오는 대목이다.

마지막 것은 생물학연구정보센터가 황우석씨 줄기세포 논문조작 사건을 세상에 처음 알린 제보자에게 전달한 감사패의 문구다.

모두에게 절실하게 필요한 까닭일까.

지난 연말 이후 연초까지 '디딤돌'이라는 말이 부쩍 널리 쓰인다.

대통령의 연설문부터 기업인과 정치인의 신년사,유명인들의 인터뷰 내용에 거의 빠짐없이 등장할 정도다.

디딤돌은 한옥의 방과 대청 앞뒤에 놓이는 돌이다.

뜰에서 방이나 대청에 들어가려면 디딤돌을 딛고 올라서야 한다.

곱고 든든한 순우리말인데도 오랫동안 잊혀지다시피 했다.

대신 유행한 말은 걸림돌.작은 문제만 생겨도 많은 이들이 "내 인생엔 왜 이렇게 걸림돌 투성이냐"고 투덜거린다.

누군가의 디딤돌보다 걸림돌이 되기를 다짐하는 수도 흔하다.

"일을 되게 하진 못해도 안되게 할 순 있다"는 식이다.

그러나 '길을 가다 돌이 나타나면 약자는 그것을 걸림돌이라 하고,강자는 디딤돌이라고 한다(토머스 칼라일)'던가.

살다 보면 축복과 저주가 따로 없다.

행복한 사람은 노력하지 않는다.

뭔가를 이루는 사람은 걸림돌 없이 승승장구한 사람이 아니라 걸림돌을 디딤돌로 삼은 이들이다.

눈앞의 장애물을 자신을 넘어뜨리는 걸림돌로 여겨 불평하고 원망하느냐,자신을 성장 발전시키는 디딤돌로 생각해 도약과 재기의 계기로 삼느냐는 전적으로 자기 몫이다.

누가 아는가.

돌에 걸려 넘어지는 바람에 무심코 지나쳤을 발 아래 보물을 발견하게 될지.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