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게 재현된 동물 캐릭터 눈길

2007년의 문을 여는 첫 극장판 애니메이션 '부그와 엘리엇(Open Season)'. 소니픽쳐스가 2002년 설립한 애니메이션 전문 제작사 '소니 픽쳐스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의 창립작품이라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인간의 손에 곱게 자린 야생곰 '부그'의 야생생활 성공기 정도로 요약할 수 있는 이 작품에는 내로라하는 애니메이션계 실력자들이 대거 참여했다.

'라이온 킹'의 로저 엘러스 감독, '벅스라이프' '몬스터 주식회사' '토이 스토리'의 작가 질 컬튼, '개미'의 앤서니 스타치 감독 등이 공동으로 연출을 맡았다.

여기에 '스파이더 맨' '나니아 연대기' '엑스맨' 등에서 현란한 특수효과 기술을 자랑했던 SPI(Sony Pictures Imageworks)가 특수효과팀으로 가세했다.

제작 기간만 4년.
9월22일 미국ㆍ캐나다 등 북미지역에서 선보여 개봉 첫주 주말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이틀간 2천300만 달러(약 213억 원)의 흥행 수입을 벌어들였다.

'나쁜 녀석들' '빅마마 하우스'의 코미디 배우 마틴 로런스와 '나비효과'의 주인공이자 데미 무어의 남편이기도 한 섹시가이 애슈턴 커처가 각각 부그와 엘리엇의 목소리 연기를 맡아 개성 강한 매력을 발산한다.

'부그와 엘리엇'은 '엽기 개성파'로 표현되는 독특한 동물 캐릭터들을 전면에 내세운 작품.
부그는 400㎏이 넘는 엉청난 덩치와는 달리 산악관리인 베스가 어릴 적부터 맡아 키워 야성을 잃어버린 그리즐리 곰. TV와 쿠키를 좋아하고 안락한 생활에 젖어 있던 부그는 우연히 살짝 '맛이 간' 사냥꾼 쇼에게 잡혀 사경을 헤매던 수사슴 엘리엇을 구해주게 된다.

그날 밤 엘리엇은 부그 집으로 찾아와 "한번 구해줬으니 끝까지 책임지라"며 친구가 돼줄 것을 요구한다.

어떻게 하면 엘리엇을 쫓아낼까 고민하던 부그에게 엘리엇은 집보다 야생생활이 더 짜릿하다며 꼬드기고, 결국 유혹에 넘어간 부그는 한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숲 속 생활에 내동댕이쳐진다.

숲 속에서 청둥오리ㆍ고슴도치ㆍ스컹크ㆍ비버 등 친구들을 만나는데 이들의 개성 또한 웃어 넘기기에는 만만치 않다.

사사건건 '태클'을 거는 이들에게 적응하기도 힘든 마당에 사냥 시즌까지 시작된다.

'부그와 엘리엇'은 8천500만 달러(약 790억 원)라는 제작비를 들이부은 애니메이션 대작. 빛ㆍ바람ㆍ물에 따라 완벽하게 변화한다는 부그의 1억6천만 개의 털이 만들어내는 정교함은 혀를 내두를 정도. 여기에 숲 속을 휩쓸어버리는 초대형 홍수장면은 애니메이션에도 스펙터클한 영상이 가능함을 보여준다.

이렇게 외형은 눈에 번쩍 띌 정도로 화려하지만 정작 속살은 여물지 않았다.

매사가 귀찮고 심드렁한 부그와 절대 기죽지 않는다는 숲 속의 '왕따' 엘리엇이 만들어내는 웃음은 여느 할리우드 애니메이션에서 이미 봄 직한 것들이 많다.

최근 애니메이션의 한 경향인 지극히 의인화된 캐릭터 이외에는 별다른 것이 없다.

사냥 시즌 등 서양인들이 공감할 수 있는 극 중 배경 역시 한국인의 구미를 당기게 하기에는 역부족. 방학을 맞은 아이들에게는 어떤 재미를 줄지는 미지수다.

1월4일 개봉. 전체 관람가.

(서울연합뉴스) 홍성록 기자 sunglo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