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원 김기석씨는 지난 20일 여자친구와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를 보기 위해 국립오페라단 홈페이지를 클릭했다가 '전일·전석 매진'이라는 메시지를 보고 깜짝 놀랐다.

소리꾼 장사익씨의 연말 콘서트 표도 이미 한 달 전에 매진돼 버렸다.

공연예술계에 매진사례가 잇따르고 있다.

지난 19~23일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 무대에 오른 '라 트라비아타'는 오페라로는 드물게 '전일·전석 매진' 기록을 세웠다.

베르디의 대표작인 데다 세계적인 소프라노 스테파냐 본파델리가 처음으로 내한했다는 점에서 공연 전부터 기대를 모았지만 매진을 예상하지는 못했다는 게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오는 12월10일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사람이 그리워서' 콘서트를 갖는 장사익씨의 경우 공연 한 달 전인 11월 중순께 이미 표가 다 팔렸다.

공연을 기획한 '행복을 뿌리는 판'의 고완선 실장은 "장사익씨의 대중적 인지도가 워낙 높기 때문에 예매를 시작한 지 얼마 안 돼 매진됐다"며 "지인들에게 표를 구해드리지 못해 반환표가 들어오길 기다리고 있는 실정"이라고 말했다.

15~16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열린 뉴욕필하모닉오케스트라의 공연도 한 달 전에 매진됐다.

25일 예술의전당에서 열리는 니콜라우스 아르농쿠르의 내한공연도 마찬가지.이들 공연의 티켓 가격은 무려 25만~30만원(R석 기준)이나 된다.

인기 뮤지컬들의 티켓도 빠르게 팔리고 있다.

지난달 28일 개막된 '라이온킹'은 23일 현재 연말까지의 티켓 83%가 판매됐다.

12월분은 89%나 팔렸다.

가족단위 관람객이 몰리면서 4장씩 대량 판매된 데 힘입은 것이다.

'에비타'도 이날까지 누적 유료점유율 82%를 기록 중이며,연말까지의 좌석이 60% 이상 판매됐다.

마당놀이 '변강쇠'도 지난 17일 개막된 이래 유료점유율 70%를 웃돌고 있다.

12월 중순까지 지정석은 거의 판매됐고 선착순으로 앉는 자유석만 남아 있다.

이처럼 공연 티켓이 불티나게 팔리는 것은 주5일제 근무에 따른 문화 수요가 늘어난 덕분이라고 관계자들은 풀이한다.

문화마케팅에 관심을 갖는 기업이 늘어난 것이 또 다른 이유다.

금호문화재단 음악사업팀의 박선희 대리는 "기업들이 고객선물용으로 티켓을 대량 구입하고 있다"며 "과거엔 공연협찬에 그쳤지만 요즘에는 아예 하루치 공연을 몽땅 매입해 고객사은행사를 갖는 경우가 많다"고 설명했다.

유재혁·김재창 기자 yooj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