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을 앞두고 서울 도심에서 한ㆍ미 자유무역협정(FTA) 반대집회 등 대규모 집회가 잇따라 열릴 예정이어서 지난 12일 민주노총 노동자대회에 이어 준법시위 기조가 정착되는 계기가 될지 주목된다.

19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22일 한ㆍ미 FTA 저지를 위한 1차 국민궐기대회, 25일 한국노총 전국노동자대회, 29일 한ㆍ미 FTA 2차 궐기대회 등이 서울에서 열릴 예정이다.

이 가운데 한국노총 집회는 주최측과 경찰의 협의로 별다른 불상사 없이 개최될 것으로 보이지만 한ㆍ미 FTA 반대집회는 도심 행진을 관철하려는 주최측과 이를 막으려는 경찰이 팽팽히 맞서고 있다.

이용득 한국노총 위원장은 "25일 서울광장에서 열리는 전국노동자대회에 한국노총이 자체 질서유지 인력 1천여명을 배치하는 대신 경찰력 배치를 최소화하기로 이택순 경찰청장과 협의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경찰은 현장에 교통경찰만 배치하고 경비ㆍ진압 병력은 배치하지 않거나 만일의 사태에 대비해 집회장소에서 멀리 대기시키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반면 한ㆍ미 FTA 저지 범국민운동본부는 22일 서울광장에서 5천명(경찰 예상 1만 6천명)이 참가하는 1차 궐기대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교통정체 우려 등을 들어 일단 집회금지를 통고하고 협의를 벌이고 있다.

이날 본행사에 앞서 전국교직원노동조합 교사 1만명이 같은 장소에서 `성과급제 및 교원평가제 반대 연가투쟁 집회'를 열기로 했으며, 민주노총과 철도노조 등도 같은 날 파업궐기대회를 연다.

경찰 관계자는 "궐기대회 계획에 도심 행진이 들어 있어 금지통고를 했다"며 "평일 오후 대규모 행진이 있으면 최악의 퇴근길 정체가 우려되기 때문에 행진을 고집하면 집회를 원천봉쇄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본행사에 앞서 열리는 전교조 집회는 이미 신고가 접수된 점에 비춰볼 때 주최측과 경찰이 타협할 가능성도 있다.

범국민운동본부는 또 29일 광화문을 비롯해 서울 곳곳에서 2차 궐기대회를 열기로 했으며 이 일환으로 28∼30일 교보소공원에서 농민집회를 열겠다고 신고했으나 경찰은 농민집회도 금지통고를 한 상태다.

전국농민회총연맹 회원 1만여명 등이 주축이 될 것으로 보이는 2차 궐기대회 본행사는 아직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지 않았다.

경찰은 도심 행진이나 폭력시위를 안한다는 원칙만 지키면 집회 장소, 참가 인원, 시간 등에 대해서는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입장이지만 주최측과의 협상은 아직 난항을 겪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범국민운동본부는 1∼2차 궐기대회 외에도 12월6일에도 대규모 집회를 추진하고 있으며 이 기간에 전국 동시다발 집회, 촛불문화제, 쌀 야적 투쟁 등을 계획하고 있어 경찰이 대책 마련에 고심하고 있다.

경찰 관계자는 "1만명 이상이 참가하는 집회가 서울에서 잇따라 열리기 때문에 지방에서 경비인력을 지원받는 게 바람직하지만 전국 곳곳에서 동시에 집회가 예정돼 있어 그럴 수도 없어 고민이다"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임화섭 기자 solatid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