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9일 핵실험을 강행했던 북한이 20여일 만에 6자회담에 전격 복귀하기로 미국 및 중국과 합의했다.

북한은 어떤 손익계산에 따라 회담 복귀를 결정했을까.

미국을 비롯한 국제사회에서는 북한이 유엔을 중심으로 한 고강도 대북 압박.제재를 우려해 회담에 복귀했을 것이라는 분석을 내놓고 있지만, 북한은 나름대로 실(失)보다 득(得)이 많다는 치밀한 판단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얻을 수 있는 것 많다 = 일단 핵실험을 통해 미국.중국 등과 같은 핵보유국임을 국제사회에 '과시'한 만큼 향후 열리는 6자회담에서 우위를 선점할 수 있다고 계산했을 것이다.

특히 종전 회담과 달리 이제는 '당당한 핵보유국'이므로 그에 걸맞게 핵무기 포기에 대한 더욱 확실하고 많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다고 확신했을 수 있다.

미사일 발사에 이어 핵실험으로 위기지수를 최고조에 끌어올렸던 북한 입장에서는 회담 복귀를 결코 압력과 제재에 굴복했다고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부시 행정부가 중간 선거를 앞두고 대북정책 실패론에 시달리고 있는 상황에서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금융제재 문제를 논의한다는 쪽으로 입장을 바꿨고 이것은 결국 미국과 대결에서 자신들의 승리로 간주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북한은 또 중국의 중재로 회담에 전격 복귀하는 모양새를 통해 중국의 체면을 세워주고 핵실험으로 껄끄러웠던 북.중관계를 어느 정도 복원, 경제협력과 지원을 유지할 수 있는 가장 큰 경제적 이득을 얻었다고 할 수 있다.

남북관계에서도 회담 복귀를 통해 비료와 쌀을 지원받을 수 있게 됐고 논란이 돼온 금강산관광 및 개성공단을 유지할 수 있는 명분을 마련한 것도 수확이라고 할 수 있다.

종전의 '선(先) 금융제재 해제, 후(後) 회담 복귀'에서 '선 회담 복귀, 후 금융제재 해제'로 입장을 선회, 국제사회에 핵문제를 외교적으로 풀려는 의지를 보여줬다는 판단도 했음 직하다.

아울러 향후 회담 복귀 이후에도 미국이 대북제재를 지속할 경우 북한은 사태악화의 책임을 미국에 전부 돌릴 수 있는 명분을 갖게 됐다.

◇잃을 수 있는 것 = 그럼에도 불구하고 북한의 6자회담 복귀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 통과와 맞물려 있다는 점에서 국제사회로부터 제제에 굴복했다는 평가를 피할 수 없게 됐다.

북한은 6자회담의 틀 안에서 금융제재를 논의한다는 전제조건이 있었기 때문에 회담 복귀가 가능했다는 점을 부각시키겠지만 국제사회에 대북 강경조치의 당위성을 각인시킨 것도 분명한 사실이다.

내부적으로도 핵실험 이후 환영대회를 잇달아 열면서 주민 결속에 나섰던 북한으로서는 주민 설득에 조금은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

물론 북한은 '핵실험에 질겁한 미국이 대화에 나서지 않을 수 없었다'는 식의 주장을 펴겠지만 입장 번복의 논리가 얼마나 설득력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또 북한이 앞으로 미국의 강경정책을 구실로 또다시 회담에 불참, 추가 핵실험이나 미사일 발사와 같은 위기지수 극대화 행보에 나선다고 해도 이미 이를 겪어본 국제사회를 놀라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서울연합뉴스) 최선영 기자 chs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