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니,주노'라는 영화가 있다. 제니는 여자반장,주노는 게이머다. 둘 다 15살 중학생,중산층 가정 자녀다. 철부지 사랑의 결과는 임신. 부모들은 혼비백산하는데 당사자들은 "무슨 일이 있어도 아기를 지키겠다"고 맞선다. 영화는 기어이 아이를 낳은 제니와 주노가 마냥 기뻐하는 것으로 끝난다.

퇴학당한 두 사람이 어떻게 살아갈지,장차 무슨 수로 아이를 키울지에 대해선 일언반구도 없이. 그러나 출산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다. 영화에선 남자친구라도 임신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기편이 돼주지만 현실의 어린 엄마(리틀맘)들에겐 의논하고 책임을 나눠가질 아기아빠조차 없기 일쑤다.

설사 있다고 해도 10대 리틀맘의 삶은 고달파진다. 십중팔구 다니던 학교를 그만둬야 하는 건 물론 부모의 한숨소리와 주위의 싸늘한 눈초리를 견디는 것도 쉽지 않다. 결국 아이를 키우자면 가출해 막일을 하면서 어렵게 살아가거나,직접 키우지 못하고 위탁시설에 맡기거나 입양시키는 '슬픈' 결정을 해야 하는 기로에 놓인다.

TV드라마에선 허다한 미혼모들이 당당하게 제 길을 걷다 '말 탄 왕자'의 사랑을 얻거나 사라졌던 아기아빠를 만나 결혼하는 등 행복해지지만 그건 어디까지나 연속극 얘기고 실제론 미혼모 10명 중 8명 정도가 경제적 어려움이나 사회의 부정적 인식 때문에 입양을 선택한다는 마당이다.

중·고생들의 연애가 일반화되고 성(性)에 대한 개방적 인식이 확산되면서 리틀맘이 급증하는 만큼 국가적 차원의 대책이 시급하다는 주장이 나왔다. 통계청 자료로 보면 한 해 3400여명의 10대가 출산하는데 정부 대책은 전무하다시피 해 대다수가 사회 저층에 그대로 방치된다는 것이다.

리틀맘의 학업 복귀나 직업교육 방도를 마련해야 하는 건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하지만 보다 더 중요하고 시급한 건 리틀맘이 되지 않도록 힘쓰는 일이다. 리틀맘의 96.4%가 원치 않는 임신이었다는 것은 아직도 우리 사회의 청소년 성교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음을 입증한다. 임신과 출산은 축복이어야 한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