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남알미늄이 중동지역 최대 기업인 사우디아라비아의 빈라덴그룹과 손잡고 현지에 알루미늄 가공 공장을 설립한다.

김원정 경남알미늄 대표는 최근 사우디아라비아에서 빈라덴그룹의 서열 2위이자 이 그룹 창업자의 여덟 번째 아들인 세이크 아흐마드 빈라덴 건설담당 사장과 알루미늄 가공 공장 합작 건설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고 30일 밝혔다.

빈라덴그룹이 우리나라를 비롯 아시아권 국가의 기업과 합작으로 공장을 세우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라고 경남측은 덧붙였다.

빈라덴그룹은 미국 9·11테러를 주도한 오사마 빈라덴의 부친이 창업한 기업이며 현재 창업자의 둘째 아들이 회장을 맡아 경영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아홉 번째 아들인 오사마 빈라덴은 이미 가문에서 축출당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사우디 제다에 건립될 합작 공장은 부지 2만7000평,연건평 1만평 규모며 알루미늄 가공과 조립공장,도장공장,글레이징(창호에 유리를 끼우는 공정) 공장 등 3개로 구성될 계획이다.

공장은 경남측이 15%,빈라덴그룹측이 85%의 비율로 총 100억원을 투자하며 내년 3월 말 완공 예정으로 최근 착공에 들어갔다.

합작사의 경영은 경남측에서 맡기로 했으며 경남은 투자금액과는 별도로 경영 및 기술지도에 따른 지분 30%를 갖기로 합의했다.

경남은 특히 합작 공장에 설치할 각종 기계설비를 빈라덴그룹측에 수출(1292만달러 상당)하는 방식으로 공급키로 했다.

또 이 회사는 빈라덴측이 최근 수주한 340억원 규모의 메카 이슬람성전 공사인 '도카프로젝트'의 외장공사도 담당키로 했다.

이를 위해 경남은 도카프로젝트의 설계를 시작했으며 사우디 공사에 참여할 협력업체 5곳도 선정했다.

김 대표는 "내달 중순 현지에 엔지니어 7∼8명을 파견해 상주시키며 빈라덴측 건설담당 근로자들에 대한 한국 내 연수도 시작한다"며 "빈라덴그룹과의 합작으로 내년에 중동에서만 자재 수출 및 공사로 600억∼700억원의 매출이 기대된다"고 말했다.

경남알미늄과 빈라덴그룹 간의 첫 만남은 지난 2월 이뤄졌다. 빈라덴그룹의 요청을 받고 경남은 부사장을 단장으로 4명의 엔지니어를 사우디에 보냈다.

경남측 방문단이 시공현장을 둘러본 뒤 원가 절감을 위한 방안을 구체적으로 제시하자 빈라덴측에서 기술 이전을 요구해왔다.

이에 경남은 공동 사업을 위해 합작 공장을 세울 것을 제안했고 이를 빈라덴그룹이 흔쾌히 받아들이면서 합작투자까지 성사되기에 이르렀다.

김 대표는 "예상 밖으로 합의가 빠르게 진행된 것은 우리 기술에 반한 빈라덴측의 적극적인 구애 때문이었다"며 "쿠웨이트와 카타르에서도 수주 협의가 급진전되는 등 중동지역이 회사의 주요 비즈니스 무대로 떠오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계주 기자 leerun@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