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한국은행이 발표한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 동향은 경기둔화 추세가 뚜렷해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걱정이 앞선다.

3분기의 성장률은 0.9%로 2분기의 0.8%에 이어 2분기 연속 1%에도 미치지 못한 것으로 집계됐다.

전년동기 대비 4.6% 성장이라고는 하지만 여전히 잠재성장률을 밑도는 저성장(低成長)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음을 드러냈다.

또 교역조건의 악화로 3분기의 실질무역손실이 사상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국내총소득(GDI)마저 감소세로 돌아서고 있어 더욱 주목해 보지 않을 수 없다.

사실 민간연구기관은 물론이고 정부와 한국은행까지도 금년 하반기 이후 경기가 둔화될 것이란 예상을 해왔던 터이지만 지금과 같은 저성장이 지속될 경우 자칫 장기불황에 빠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다.

더구나 북핵사태가 진행중이어서 유엔의 제재조치 여하에 따라 사태가 어떻게 전개될지 모르는 지극히 불안한 상황이다.

물론 북한이 2차 핵실험을 준비하고 있지 않다고 알려졌지만 북핵(北核) 리스크가 다시 확대되거나 유가가 급등할 경우 우리 경제에 미칠 타격은 짐작하기 어려울 정도로 심각할 것이다.

이 같은 최악의 시나리오가 발생하지 않게 하려면 기업의 시설투자를 부추기고 민간 소비를 진작시키는 것 외에 뾰족한 해법이 있을 수 없다.

그런데도 정부는 수도권 공장 신증설 제한 등 투자의 발목을 잡는 규제의 사슬을 풀기는커녕 더욱 조이고 있는 형편이고,순환출자 규제 신설이나 상법 개정 등을 통해 기업 옥죄기에 나서는 듯한 양상을 보여주고 있으니 참으로 한심한 노릇이 아닐 수 없다.

무엇보다도 기업이 원하는 투자가 제때 이뤄질 수 있도록 물꼬를 터주는 것이 중요하다.

투자가 있어야 고용이 늘고 소비 지출도 증가하는 등 선순환(善循環)고리가 작동될 수 있음을 명심해야 할 것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얼마전 권오규 경제부총리가 취임 이후 처음으로 현재의 상황을 '사실상 불황'으로 인정하고 내년 예산의 조기 집행 등 경기부양대책을 강구할 뜻을 보였다는 점이다. 다만 그러한 정책판단이 섰다면 주저없는 실천이 뒤따라야 한다. 똑같은 정책이라도 때를 놓치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

우리가 누차 강조한 바 있지만 정부는 북핵사태 진전에 따른 단계별 비상대책을 강구하고 상황변화에 신축적으로 대응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