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世榮 < 단국대 교수·무역학 >

철강 산업은 '현대 산업사회의 심장'으로서의 역할뿐만 아니라 미래 사회의 삶의 질과 안전,그리고 지속가능발전 산업화에 필수적인 국가 전략 소재산업이다.

우리나라 철강산업은 지난 30년간 과유불급(過猶不及)이라는 고사성어가 무색할 정도로 우리 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했다.

그러나 1995년 WTO 체제 성립과 1997년 외환위기를 거치면서,그리고 최근의 FTA 확산과 세계화의 심화 등으로 철강산업도 '무한 경쟁'체제라는 새로운 국면에 돌입했다.

이러한 의미에서 외환위기의 단초를 제공했던 한보철강 당진공장이 새 주인을 만나 일관제철소로 재탄생한 것은 외환위기의 진정한 마침표라는 역사적 의미 외에도 '민간자율경쟁'에 의한 우리 철강산업의 글로벌시장 질서에의 새로운 도약이라고 할 수 있다.

국가 경제 중심이었던 1995년 이전에는 철강산업에 대한 규모의 경제화에 따라 효율적인 소재 공급을 도모한다는 측면에서 철강산업의 자연독점체제는 불가피했던 선택이었다.

그러나 자유무역과 세계화가 절정을 향해 가고 있는 상황에서 경제의 세계화는 철강재 수요증가, 그리고 점점 다양화되고 고급화되는 철강재 수요자의 기호를 충족시키기 위해 민간 자율 경쟁 체제에 의한 새로운 성장 동력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처럼 세계경제 및 국내외 철강산업 환경 변화에 부응하고자 정책 당국은 국내 철강산업에 대한 민간 자율 경쟁체제 도입을 결정하게 됐으며,그 결실이 현대제철의 당진제철소 건설로 나타난 것이다.

당진 일관제철소 건설은 포스코를 더 효율적으로 만들고 국제경쟁력을 제고시킬 것으로 판단된다.

두 제철소의 합리적인 경쟁은 우리나라 철강산업의 국가경제 기여도를 한층 더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가장 먼저 우리나라 경제의 허리가 되는 핵심산업에 대한 소재 공급 문제를 일거에 해결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자동차,조선,가전,기계 등은 대표적인 철강다소비 산업이며 수출로 우리나라 경제를 지키는 주춧돌 산업들이다.

자동차산업은 2005년 259만대를 수출하여 335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했고,세계 1위인 조선산업은 158억달러의 무역수지 흑자를 기록해 두 산업만의 무역수지 흑자 규모가 2005년 전체 무역수지 흑자 232억달러의 2배를 넘는다.

그런데 자동차 생산과 조선 건조(建造)에 필수 소재인 강판과 후판의 수입의존도가 소재를 포함하여 각각 50%와 60%를 상회하고 있어 이들 산업의 중장기적인 국제경쟁력 유지 및 제고가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이들 산업에 필수적인 철강제품은 주로 일관제철소에서 생산되기 때문에 당진제철소의 건설로 이들 산업에 대한 소재 공급 문제가 조속한 시기에 안정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또한 이러한 직접적인 효과 이외에도 당진제철소 건설은 막대한 고용 창출과 그에 따른 소득 증대가 예상되며,이를 통해 상대적으로 낙후돼 있는 지역경제 활성화에 이바지하는 등 간접적인 효과도 상당할 것으로 기대된다.

앞으로 꼭 염두에 둬야 할 일은 당진제철소의 건설 및 운영이 성공적으로 추진될 수 있어야 한다는 점일 것이다.

다행스럽게도 당진제철소가 철강산업 경영에서 오랜 경험과 노하우를 축적한 국내 굴지의 기업에 의해 건설 및 운영될 예정이어서 큰 어려움은 없을 것으로 보인다.

더군다나 해외 일류 철강업체 및 관련 기업들과 다양한 측면에서 제휴를 모색하고 있거나 이미 양해각서를 체결하였다는 점은 매우 고무적이다.

이러한 업체 스스로의 노력에 더해 중앙정부 및 지방자치단체 등 유관 기관과 일반 국민들도 당진제철소가 차질 없이 건설돼 하루빨리 안정적인 조업을 시작해 국가 경제발전에 이바지할 수 있도록 지속적인 관심을 가져야 한다.

현대제철의 일관제철 사업이 다소 침체돼 있는 한국경제에 새로운 활력을 불어넣는 의미 있는 계기가 될 수 있기를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