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에도 펀드자본주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고 있다는 소식이다.

투자신탁 형태로 간접투자되고 있는 자금이 200조원에 달하는 가운데 굴리는 자금규모가 조 단위에 이르는 펀드가 줄을 잇고 있고 기업경영참여를 표방하는 사모투자펀드(PEF)도 우후죽순(雨後竹筍) 식으로 쏟아져 나오고 있다는 것이다.

펀드자본주의 시대의 도래는 자본시장은 물론 기업경영에까지 큰 파급영향을 미치고 있어 기대와 우려를 동시에 갖게 한다. 우선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를 활성화시키면서 증시의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고 있는 점은 높이 평가해야 할 부분이다.

최근 외국인들의 주식매도 공세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안정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는 것도 이에 힘입은 것임은 두말할 필요가 없다.

또 상장사들의 주주에 대한 인식을 개선시키고, 기업경영의 감시자 역할을 하면서 투명성 제고에 상당한 기여를 하고 있다는 점도 의심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우려되는 부분 또한 결코 적지가 않다.

특히 수익극대화를 추구하는 펀드의 속성 때문에 기업에 지나친 배당압력이나 주가관리를 요구하고 있는 것은 정말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외환위기 이후 자본시장 개방이 확대된 것을 계기로 상장사 배당급지급 규모가 급격히 늘어난 사실만 봐도 기업들이 느끼는 압박감이 얼마나 심한지 짐작하고도 남음이 있다.

기업 경영권이 크게 흔들리고 있는 것은 더욱 심각한 문제다.

소버린에 공격 받은 SK그룹 사례나 아이칸에 휘둘린 KT&G의 사례는 이미 잘 알려져 있지만 최근에는 PEF가 상장사 경영권을 장악하는 경우도 잇따라 나타나고 있다.

따라서 기업들이 경영권 방어에 비상이 걸려 있는 것도 당연한 이치다.

기업들이 느끼는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는 상장사들의 자사주 보유규모가 30조원을 상회(上廻)할 정도로 급팽창한 데서도 충분히 뒷받침된다.

기업이 미래의 성장동력을 확보키 위해서는 여유자금으로 활발한 투자활동을 벌이지 않으면 안된다. 그런데 배당금지급이나 자사주 매입 등에 급급한다면 기업의 앞날이 어찌 되겠는가.

물론 펀드자본주의는 거스르기 힘든 대세이기는 하지만 부작용을 최소화시키면서 기업들이 경영활동에 매진할 수 있게 하는 방안은 반드시 필요하다는 얘기다. 황금주 포이즌필 차등의결권 제도 같은 경영권 방어장치들이 절실히 필요한 것도 바로 그런 연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