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하철 문에 한 여자의 가방이 물려 있다

강을 건너다 잡힌 새끼 누 같다

겁에 질린 가방은 필사적으로 뒤척이지만

단단한 하악은 좀처럼 열리지 않는다

(…)

반대편으론 다시 수많은 사람들이 닫히는

입을 피해 강으로 뛰어들고

다시 재빨리 뛰어나간다 또 한 사람이 떠밀려

팔 한쪽이 물렸다 용케 빼낸다 살아난다

이 건기(乾期)의 땅,유유히 강은 흐른다



-고영민 '악어'부분



출근시간 지하철은 일종의 정글이다.

새삼스러울 것도 없다.

오래전부터 출근전쟁이라는 말을 써 왔으니까.

우리는 전쟁 같은 출근을 당연한 것으로 여기지만 생각해 보면 참 처절한 일이다.

살기 위해 매일 전장(戰場)으로 뛰어들어야 하다니….그나마 뛰어들 전장이 없어 고민하는 '백수'는 또 얼마나 많은가.

서글픈 건기의 땅,아침마다 사람들은 지하철을 타고 승용차를 몰고 거대한 강이 되어 흘러간다.

최종 목적지는 알 수 없다.

알려고 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살아갈 뿐이다.

이정환 문화부장 jhle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