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서울 강북지역 등 노후 도심의 광역 재개발을 위해 추진하고 있는 '재정비 촉진지구'(이하 재정비 지구) 사업이 기존 뉴타운에 비해 별다른 메리트가 없다는 지적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재정비 지구로 지정되더라도 정부가 제시한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적용받기 위해서는 도로 등 기반시설 설치용으로 부지를 기부해야 하는 등 상당한 '대가'를 부담해야 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재건축의 경우처럼 인센티브로 인해 생기는 개발이익의 대부분이 정부에 환수돼 현지 주민들로선 기존 뉴타운보다 나을 게 없게 된다.

이와 관련,건설교통부는 지난 3·30 부동산대책에서 재정비지구 사업을 처음 발표한 이후 줄곧 '장밋빛' 청사진만 부각시켜 잘못된 환상을 갖도록 했다는 비판도 제기되고 있다.

또 건교부는 이달 말까지 서울시의 신청을 받아 시범지구 2∼3곳 등 20여곳을 재정비 지구로 지정한다는 계획이지만,사업절차에 현지 주민들의 동의를 받는 과정이 빠져 있어 주민들의 의사가 제대로 반영되지 않을 가능성도 크다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개발이익 대부분 환수될 듯

재정비 지구가 뉴타운보다 낫다는 근거의 하나는 사업성에 결정적인 변수가 되는 용적률 상향과 높이제한 완화 등의 각종 인센티브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관련 법인 '도시재정비촉진 특별법'은 기반시설 설치를 위해 필요한 '부지 제공'시에만 용적률 상향 등의 인센티브를 준다고 규정하고 있다.

주민들 입장에서는 인센티브를 받아 얻을 수 있는 개발이익의 대부분을 부지 제공으로 도로 빼앗기게 된다는 얘기다.

실제 서울시 관계자는 5일 "재정비 지구는 용적률 상향 등의 대가로 이에 상응하게 부지를 내놓게 돼 있어 주민들에게 돌아가는 이익은 기존 뉴타운과 크게 다르지 않다"고 지적했다.

실상이 이런데도 정부는 "재정비 지구로 지정되면 큰 혜택을 받아 '강북 타워팰리스'가 될 것"이라는 식으로 호재만 홍보하고 있어 눈총을 받고 있다.

재개발 지역 중개업소 관계자들은 "현재 주민들은 재정비 지구만 되면 큰 이익을 볼 것으로만 알고 있다"며 "이 때문에 지난 4월 한남뉴타운처럼 호가가 급등했던 재개발 지분을 비싸게 샀던 사람들은 앞으로 상당한 피해를 볼 가능성도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주민동의 반영 절차도 없어

서울시는 오는 12일께 3차 뉴타운 등 재정비 지구 후보지를 건교부에 신청할 계획이다.

후보지는 해당 구청장이 신청한 곳을 서울시가 1차 심의해 거르게 되지만,뉴타운으로 지정된 이후에는 주민동의를 새로 받은 것이 아니라는 점에서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재정비지구 지정과 관련,별다른 규정이 없어 뉴타운 지정 때 받았던 과거의 주민 동의를 그대로 유효한 것으로 간주하고 있다"며 "구청장이 신청한 만큼 대다수 주민의 의견이 반영됐을 것으로 본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업계에서는 현재 경기도 부천에서 27개 재개발 구역 주민들이 연합해 재정비 지구 지정에 반대하고 있는 것에서 보듯 서울지역에서도 추후 주민동의와 관련,분란이 빚어질 가능성이 크다고 보고 있다.

한 건설사 재개발 수주 담당자는 "재정비 지구는 공영개발 성격이 강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민영개발을 원하는 주민들로부터 거센 반발을 살 것"이라고 예상했다.

주민동의를 다시 받는 절차가 생략됨에 따라 재정비 지구가 기형적으로 개발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지구 지정 이후에도 주민들의 의사에 따라서는 독자적으로 민영개발을 하는 이른바 '존치 지구'가 나올 수 있어 개발이 당초 계획과는 다르게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건교부 관계자는 "민영개발을 많이 원하는 뉴타운은 처음부터 재정비 지구로 지정되지 않을 것"이라며 "더욱이 재정비지구가 무조건 공영개발되는 것도 아니다"고 강조했다.

서욱진 기자 venture@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