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 위한 플레이는 하지 말라"

핌 베어벡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난 2일 이란과 2007 아시안컵 예선 3차전에서 '팀플레이'를 제대로 살리지 못했던 태극전사들에게 질책의 말을 전했다.

오는 6일 대만과 아시안컵 예선 4차전을 앞두고 3일 오후부터 파주NFC(대표팀트레이닝센터)에서 훈련에 들어간 축구 대표팀은 1시간 30여 분간 회복훈련을 하면서 컨디션을 조절했다.

하지만 이날 가장 눈길을 끌었던 것은 훈련의 내용보다 훈련시작 전에 가진 감독과 선수들의 그라운드 미팅이었다.

이날 훈련에 앞서 베어벡 감독은 그라운드에 선수들을 동그랗게 모아놓고 몸동작을 섞어가면서 15분이 넘는 '훈시'의 시간을 가졌다.

베어벡 감독이 대표팀을 맡고 나서 가장 긴 설교의 시간이었다.

훈련이 끝난 뒤 인터뷰에 나선 송종국(수원)은 "어제 경기가 끝난 뒤에도 그렇고 오늘 훈련 시작 전에도 이란전에 대해 감독이 아쉬웠던 점을 지적했다"며 "후반전에 집중력이 모자랐던 것에 대해 얘기를 했다"고 베어벡 감독의 훈시에 대해 설명했다.

송종국에 따르면 베어벡 감독은 후반 종료를 앞두고 이란의 체력을 떨어뜨리고 승리를 확고히 하기 위해 볼을 돌리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감독의 지시가 선수들에게 제대로 전달되지 못했고, 결국 수비수의 치명적인 실수가 겹치면서 다잡은 승리를 놓치고 말았다.

이 때문에 베어벡 감독은 일부 선수들이 '개인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플레이'를 했다고 질책했다는 게 송종국의 설명이다.

송종국은 "2-3골의 추가골을 넣었다면 더욱 공격적인 모습을 보여줬을 것"이라며 "이기고 있었고 이란의 체력이 떨어져 있었는 데 볼을 돌리는 게 맞는 상황이었다.

개인적으로도 감독의 주문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함께 인터뷰에 나선 최성국(울산) 역시 "감독이 오늘 훈련 전에 선수들이 감독의 주문사항대로 못한 것에 대해 불만을 표시했다"며 "하지만 대만전을 앞두고 절대 고개를 숙이지 말고 열심히 하라고 격려해줬다"고 밝혔다.

결국 베어벡 감독은 이란전에서 승점 3점을 보태 일찌감치 아시안컵 본선진출을 확정짓겠다는 계획 아래 선수들에게 '팀플레이'를 강조했지만 선수들이 제대로 따르지 않아 불편한 심기를 드러낸 것이다.

한편 이날 훈련에서 이란전을 풀타임 소화한 10명의 선수들은 압신 고트비 코치와 함께 러닝과 몸풀기로 가볍게 훈련을 끝냈지만 골키퍼 2명을 제외한 12명의 선수들은 베어벡 감독의 지휘 아래 패스 연습과 미니게임을 치르면서 대만전에 대비했다.

또 컨디션 난조로 이날 훈련에서 최주영 의무팀장과 따로 몸을 풀었던 이천수(울산)은 훈련 막판에 '나홀로' 프리킥 연습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파주연합뉴스) 이영호 기자 horn90@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