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상원의원들이 고유가 행진으로 떼돈을 벌고 있는 정유사들에 '횡재세(windfall tax)'를 부과하자고 주장한다는데 우리나라에도 도입해야 합니다."(자가운전자 P씨)"'소비자는 울상, 정유사는 희색'이라던데 정유업체들이 책정하는 기름값을 믿을 수가 없습니다."(대학생 L씨) 기름값이 사상 최고가 행진을 거듭하자 소비자들의 불만이 점점 높아지고 있다.

원유가가 오르면 이를 바로 소비자가격에 전가시키는 등 정유업체들만 이익을 챙기고 있다는 짐작에서다.

실제로 SK㈜ GS칼텍스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SK인천정유 등 국내 정유 5사는 올 상반기 매출액이 전년동기 대비 22.2% 상승한 33조5239억원을 달성했으며 영업이익과 순이익은 각각 11.2%와 15.6% 증가한 1조8227억원과 1조8663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정유업계에서는 기름을 팔아서 버는 돈은 별로 없다고 하소연하고 있다.

SK㈜ 관계자는 "고유가 현상이 시작된 2004년 이전까지는 석유사업이 적자였다"며 "요새 조금 순익을 내고 있지만 정유사들이 고유가로 떼돈을 번다는 것은 사실이 아니다"고 말했다.

실제로 정유업체들은 본업인 정유부문보다는 석유화학 및 자원개발 등 비(非)정유 부문에서 더 많은 수익을 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매출액의 경우 정유부문이 상반기 27조4066억원,비정유부문이 6조1173억원으로 81.8% 대 18.2% 비중을 보였으나 순이익은 8615억원 대 1조48억원으로 46.2% 대 53.8%를 나타내고 있는 것.

정유업계 관계자는 "내수 석유제품 시장은 이미 포화상태에 도달한 '레드오션'"이라며 "정유업체들은 이에 따라 자원개발,중국시장 진출,석유화학부문 강화 등 비정유부문에서 수익성을 높이는 추세"라고 말했다.

SK㈜는 자원개발을 통해 쏠쏠한 재미를 보고 있다.

자원개발부문 매출액은 1614억원으로 전체 매출액 대비 1.5%에 불과하지만 영업이익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6.7%(1061억원)에 달한다.

SK㈜는 올 들어 영국 북해광구와 동부 아프리카 마다가스카르 북서부 해상의 마중가(Majunga) 광구에 신규 참여하는 등 13개국 23개 광구를 통해 하루 평균 2만배럴을 해외에서 생산하고 있다.

GS칼텍스의 경우도 매출 비중은 정유부문 85.3%,비정유부문 14.7%으로 정유부문이 훨씬 높지만 영업이익 비중은 정유 48.1%,비정유 51.9%로 비슷하다.

비정유부문은 BTX(벤젠·톨루엔·자일렌) 등 석유화학부문이 대부분으로 GS칼텍스는 파라자일렌 가격이 사상최고치인 t당 1500달러에 달하면서 상당한 수익을 거두고 있다.

에쓰오일도 내수보다는 수출에서 이익을 내고 있다.

매출액에서 수출부문이 차지하는 비중이 57.2%로 내수부문 42.8%보다 14.4%포인트 높다.

주정빈 대한석유협회 부장은 "1998년 이후 휘발유 경유 등유 등 주요 유종의 수요 감소세가 지속되고 있어 내수에서는 수익을 올리기 힘들다"며 "일반 소비자들이 고유가 덕택에 정유업체들만 폭리를 취하고 있는 것처럼 인식하는데 이는 사실과 다르다"고 말했다.

정태웅 기자·심윤선 인턴기자(국민대 법학과) redael@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