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시가 활력을 잃은 채 게걸음 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수급 측면에서 보자면 거래가 활발히 이뤄져야 상승 탄력을 기대해 볼 수 있지만 좀처럼 개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증시 전문가들은 경기 및 기업 실적 불확실성, 외국인의 지속적인 매도 등이 투자심리를 위축시키고 있다고 23일 지적했다.

◇증시는 여전히 `휴가 중' = 처서가 되도록 기세가 꺾일 줄 모르는 무더위에 갇힌 듯 증시는 아직 하한기다.

여름 휴가철 초입인 지난달 26일 2조279억원을 기록하며 1년2개월만에 최저로 추락했던 유가증권시장 거래대금은 휴가철이 거의 끝난 지금도 여전히 2조 원대에 묶여 있다.

지난주 하루 평균 3조원을 넘어서며 반짝 회복 기미를 보이던 거래대금은 이번 주 들어 2거래일간 2조4천억원대로 물러선 데 이어 23일에도 2조3천억원을 가까스로 넘어섰다.

이에 따라 코스피지수는 하루 걸러 등락을 반복하며 1,330선을 벗어나기가 힘겨운 모습이다.

한화증권 이종우 리서치센터장은 "증시가 활력을 잃다 보니 거래 자체도 정체된 모습"이라면서 "상당기간 박스권에 묶인 채 등락을 거듭하는 장세가 이어질 전망"이라고 말했다.

◇불확실성이 발목 = 거래대금이 바닥권에 머물고 있는 것은 투자심리가 되살아나기를 기대하기가 어려운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히 현 경기 상황에 대해 엇갈린 진단이 나오는 등 경기관련 불확실성이 고조되고 있는데다 기업의 3.4분기 실적 개선 여부도 불투명해 투자심리를 억누르고 있다.

이런 가운데 외국인이 8월 들어 이날까지 1조9천억원 어치를 순매도하며 올해 연간 순매도 규모를 7조4천억원으로 늘리는 등 좀처럼 외국인 매도세가 진정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는 점도 큰 부담이다.

특히 주식형 수익증권으로의 자금 유입이 지난 5월을 정점으로 완연한 감소세로 돌아섰다는 점도 향후 수급 악화에 따른 거래 위축 가능성을 높이고 있다.

지난 5월 전월 대비 3조1천억원에 달했던 주식형 수익증권 자금 유입규모는 6월 2조1천700억원, 7월 1조3천10억원에 이어 8월에는 7천782억원으로 줄어들었다.

이에 따라 기관투자자의 매수 여력이 크게 줄면서 프로그램 매매분을 제외한 기관 순매수 규모는 7월 8천820억원에서 8월들어 3천억원 수준으로 감소했다.

메리츠증권 서정광 투자전략팀장은 "증시가 활력을 되찾으려면 경기에 관해 확신이 서야하는데 지금은 이미 경기가 꺾였다는 분석이 우세한 상황"이라며 "적어도 2∼3개월은 지나야 방향성을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연합뉴스) 권정상 기자 jusang@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