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총리 자문기구가 "자유무역협정(FTA) 체결 등 글로벌화에 실패할 경우 2030년 1인당 국민소득(GDP)이 한국에 역전될 것"이란 보고서를 고이즈미 준이치로 총리에게 보고한 사실이 뒤늦게 밝혀졌다.

이 보고서는 한국이 개방에 성공하고 일본은 실패한 경우 2030년 한국의 1인당 GDP가 4만8000달러로 일본의 3만5000달러를 앞설 것으로 분석했다.

13일 외교통상부 대외경제정책연구원 등에 따르면 총리 자문기관인 일본 경제재정자문회의(의장 고이즈미 총리)는 지난해 4개 분과 보고서로 구성된 '일본 21세기 비전' 보고서를 채택했다.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중의원 해산을 불렀던 우정 민영화 사업뿐 아니라 중앙·지방 정부의 재정 개혁,공무원 인원 삭감 등 고이즈미 내각의 굵직한 개혁과제를 결정한 곳이다.

이 중 글로벌화 분과 보고서는 2030년 일본경제의 모습을 글로벌화에 실패한 경우와 성공한 경우로 나눠 분석했다.

성공하면 일본의 1인당 GDP는 8만3000달러로 한국의 5만5000달러에 앞서지만 실패할 경우 1인당 GDP가 3만5000달러로 한국의 4만8000달러에 뒤질 것으로 예측했다.

보고서는 "2030년 세계 경제에서 일본의 지위는 하락하며 특히 중국에 비해 그 규모가 크게 축소될 것"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글로벌화에 대응하는 전면적이고 적극적인 경제의 개방화가 필요하다"고 제안했다.

보고서는 글로벌화를 위해 △아시아 지역을 중시할 것 △지역경제 통합을 가속화할 것 △노동시장을 대폭 개방할 것 △농산물 시장을 전면 개방할 것 △통상교섭체제를 개선할 것 등을 제시했다.

특히 지역경제통합을 위해 FTA 협상 속도를 높일 것을 주문했다.

일본이 우선적으로 FTA를 맺어야 할 국가는 중국과 아세안,또 FTA로 인한 경제적 효과가 큰 곳은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순으로 분석했다.

또 FTA나 세계무역기구(WTO) 협상에서 농업보호 때문에 국익이 저해됐음을 강조하면서 농업부문이 FTA 협상의 걸림돌이 되지 않도록 조치해야 한다고 주문했다.

즉 모든 농산물을 대상으로 신속히(최대 10년) 관세철폐를 추진해야 한다는 것.그러면서 앞으로 1,2년 안에 동아시아 주요국과 FTA를 맺지 않을 경우 일본이 제외된 아시아 FTA권이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며 FTA 추진은 향후 1~2년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통상교섭본부 관계자는 "일본은 농업부문에 발목이 잡혀 한·일 FTA가 중단되고 일·미 FTA에도 적극적으로 나서지 못하는 등 위기감이 크다"며 "한국이 한·미 FTA 등 글로벌화에 실패할 경우 일본보다 훨씬 더 큰 경제적 타격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2000년 미국의 대통령 경제자문위원회(CEA)를 모델로 탄생한 일본 경제재정자문회의는 총리가 의장을 맡으며 관방장관 총무상 재무상 경제산업상 경제재정담당상 등 5명의 각료와 일본은행 총재가 당연직이다.

또 게이단렌 회장 등 민간인 4명이 참여한다.

김현석 기자 realist@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