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대로 할 뿐이다. 재량권이 없다."

지난 14일 오전 정보통신부 기자실.LG텔레콤의 동기식 IMT-2000(3세대 영상이동통신) 허가 취소 및 남용 사장 퇴진과 관련해 정통부는 "법대로 하겠다"고 거듭 강조했다.

정책자문기구인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사업은 취소하되 대표이사는 배려하는 게 좋겠다고 건의했으나 요지부동이었다.

사업이 취소되면 대표가 퇴직한다고 전기통신사업법에 명시돼 있어 다른 방법이 없다는 것.재량권을 발휘했다가 특혜 시비에 휘말리기라도 하면 누가 책임지느냐는 게 정통부 입장이다.

LG텔레콤은 억울하다고 하소연한다.

'법대로'도 중요하지만 '불가피한 사정'을 감안해 정상참작을 해달라고 얘기한다.

동기식 IMT-2000 시장이 없어져 사업을 하고 싶어도 할 수 없게 됐는데 법대로 처분하면 너무 억울하다는 논리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도 "비동기식을 희망한 LG텔레콤에 정통부가 동기식을 떠안긴 측면도 있는 만큼 정상참작 여지가 있다"는 시각도 있다.

원천기술 보유 업체인 미국 퀄컴이 동기식 칩 개발을 포기한 상황에서 수천억 내지 조 단위 투자를 하라는 것은 "낭떠러지에서 뛰어내리라는 말이나 다름없다"는 말도 들린다.

LG텔레콤 관계자는 "살인자에게도 정상참작이란 게 있는 법인데 시장이 없는 사업에 수천억원을 투자하지 않았다고 해서 허가를 취소하고 대표이사를 퇴직시키고 4년치 주파수 할당금까지 내라는 것은 너무 가혹하다"고 말했다.

정통부의 '법대로'와 LG텔레콤의 '정상참작' 중 어느 것이 더 중요한지 가늠하기란 간단치 않다. 명문 규정을 무시하고 재량권을 발휘하기가 관리들로선 쉽지 않다. 감사원 감사에서 적발될 경우 재량권을 발휘한 공무원이 징계받을 수도 있다.

'법대로'를 고집하는 진짜 이유가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LG텔레콤의 정상참작론도 일리가 없지 않다. 정보통신정책심의위원회가 '사업 취소+대표이사 배려'라는 절충안을 제시한 것만 봐도 그렇다. 남 사장이 "책임지고 물러나겠으니 회사는 선처해달라"고 한 마당이다.

정통부가 세 가지 중 두 가지(사업 취소+대표이사 퇴직)를 얻었으니 회사 선처는 해줘도 될 성 싶다.

고기완 IT부 기자 dadad@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