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환은행 '헐값매각'은 당시 은행 경영진의 허위·과장보고와 재정경제부,금융감독위원회의 무사안일이 빚은 '총체적 부실'의 결과라는 게 감사원의 최종 결론이다.

이번 감사는 그러나 매각을 원천무효화할 수 있는 론스타측 불법행위를 발견하지 못하는 한계를 보였고,경제부총리나 청와대 등 윗선의 개입 여부에 대해서도 아무 증거를 찾아내지 못해 다시 한번 '알맹이 빠진 감사'라는 비판을 받을 전망이다.


○BIS비율 사실상 조작됐다=외환은행 매각 결정의 근거가 됐던 국제결제은행(BIS) 자기자본비율 6.16%는 외환은행 경영진에 의해 사실상 조작된 것으로 결론났다.

은행 경영진이 온갖 비현실적인 가정을 총동원해 의도적으로 떨어뜨린 비율이라는 게 감사원의 판단이다.

BIS 비율을 낮추는 데 사용된 방법은 크게 여섯 가지.우선가계·기업 일반여신에 대한 충당금을 설정할 때 542억원을 아무런 근거도 없이 슬그머니 끼워넣었다.

또 정부 보증채권인 대러시아 차관 미수이자를 다른 은행들이 정상여신으로 처리한 것과 달리 50% 손실처리해 353억원의 허위 부실요인을 만들었다.

이 밖에 현대상선 신용여신 손실률을 비정상적으로 높였고,두산중공업 주식을 지분법 대신 시가로 평가했으며 하이닉스 주식을 지나치게 저평가했다.

위험가중자산도 근거없이 2조3000억원 늘려 BIS비율을 낮췄다.


○협상장에 들고갈 제시가격도 스스로 축소했다=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배당할인모형(DDM)으로 산출한 협상기준가격은 주당 2779~4638원이었다.

그러나 이때 모건스탠리는 정상기업에 대한 여신,정부보증채권,예금보험공사채권,부동산 등 담보가 설정된 여신 등 회수가능성이 90%가 넘는 자산에 대해 무려 97%를 회수할 수 없다고 가정했다.

이런 이상한 셈법 때문에 협상제시가격은 주당 최소 1718원 낮아졌다고 감사원은 분석했다.

모건스탠리는 또 은행이 갖고 있는 자산 중 수익성이 높은 대출채권 등은 줄어들고 수익성이 낮은 현금예치금은 비정상적으로 늘어날 것이라는 가정을 써 주당 최소 1113원을 낮게 산정했다고 감사원은 설명했다.

결국 주당 2800원 이상을 매각주간사와 외환은행측이 스스로 낮춰잡았다는 결론이다.


○수의계약 체결하려고 정부와 이사회까지 속였다=외환은행 경영진측은 론스타 펀드 외에도 다른 투자자 12~13곳을 접촉해봤지만 모두들 부정적인 반응이어서 론스타를 어쩔 수 없이 선택했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감사원 조사 결과 외환은행측에서 론스타 외에 잠재적 투자자를 접촉한 적이 전혀 없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매각주간사인 모건스탠리가 HSBC,스탠다드차타드,뉴브릿지펀드 등 3개 기관에만,그것도 전화로 투자의사를 문의한 게 전부였던 것으로 확인됐다.


○사실상 대가 받았다=이강원 당시 외환은행장은 론스타와 매각협상을 타결짓기 직전인 2003년 8월 론스타 대표인 스티븐 리로부터 유임을 보장받았고 이후 이 약속이 지켜지지 않자 중도퇴진에 따른 보상금으로 16억~17억원을 챙겼다.

경영진의 불법과 편법을 감시해야 할 사외이사들도 임기가 끝나지 않은 상황에서 중도퇴임한다는 이유로 7명이 모두 12만주의 스톡옵션을 받은 것으로 확인됐다.


○정부는 무사안일=감사원은 재경부가 대주주,금감위 등과 충분히 매각절차와 방법 등을 논의했어야 함에도 막후에서 비밀협상을 조종해 투명성과 공정성을 잃게 했다고 지적했다.

또 외환은행 경영진이 BIS비율과 매각가격,잠재적 투자자 물색과정 등을 과장·허위 보고했는데도 진위 여부를 확인하지 않고 안일하게 대처한 잘못이 있다고 밝혔다.

금감위 역시 은행 경영진을 감시하고 재경부를 견제해야 할 책무를 버린 것은 물론 자신들의 고유 업무인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도 '재경부의 요청이 있었다'는 등의 핑계를 대며 무원칙하게 승인을 해주는 등의 무소신 행정을 일삼았다고 감사원은 평가했다.

김인식 기자 sskis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