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러나 법원은 또다시 그의 과오를 단죄했다.

검찰측 주장은 대부분 수용된 반면 김 회장의 입장은 거의 반영이 안 된 결과다.

방청석에 있던 대우그룹 전직 임원은 "이번 판결은 김 회장 본인의 잘잘못뿐 아니라 성장주의와 분배주의에 대한 갈등을 평가받는 기회가 될 수 있었다"며 "하지만 성장론자인 김 회장의 고심은 전혀 고려되지 않았다"고 안타까움을 표시했다.

이 같은 점 때문에 재판 직후 김 회장 변호인단은 즉각 항소의사를 밝혔다.

○공과에 대한 평가 엇갈려

'세계경영'으로 통하는 김우중 전 대우그룹 회장만큼 평가가 극단적으로 엇갈리는 기업인도 드물다.

한쪽에선 "사기대출 사건의 주범이자 실패한 기업인의 전형"이라고 혹평을 하는 반면 또 다른 쪽에선 "창조적이고 진취적인 기업가정신의 화신"이라는 평을 내놓는다.

법원은 30일 김 전 회장에 대한 1차 선고공판에서 검찰이 기소한 대부분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했지만 이번 판결로 그를 둘러싼 논란에 종지부가 찍히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재평가론 내지는 동정론을 제기하는 이들은 그가 사심없이 일만 했던 경영자라는 사실을 첫 손가락에 꼽는다.

김 전 회장은 1967년 3월,31세의 나이에 자본금 500만원을 가지고 대우실업을 창업했다.

그로부터 30년 뒤 대우그룹은 자동차 전자 조선 기계 등의 막강 제조군단을 거느린 재계 2위그룹으로 도약했다.

김 전 회장은 성장을 위해 수많은 부실기업들을 인수해 정상화시키는 전략을 구사했으며 이 과정에서 옥포 조선소와 부평공장 근로자들과 숙식을 함께 하는,당시 오너 경영자로는 흔치 않았던 몰입과 헌신을 보여줬다.

이건희 삼성 회장이 지난해 "자라나는 젊은이들에게 희망과 용기를 준 것이 사실인 만큼 선처해주길 바란다"고 말한 것은 김 전 회장의 활동방식이 그만큼 적극적이고 미래지향적이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것이다.

학생운동을 하다 1995년 학생운동권 출신으로 대우그룹에 입사했던 김윤 세계경영포럼 대표는 "김우중 회장은 (경영자로서) 비록 실패했지만 그가 추구했던 세계경영의 방향 자체는 옳았다"고 강조했다.

요즘 삼성이나 LG가 동유럽에 이어 브라질 러시아 중국 인도 등 이른바 브릭스(BRICS)지역에서 펼치고 있는 왕성한 글로벌 경영활동도 따지고 보면 과거 대우가 시도했던 '세계경영'과 다를 것이 없다는 것이다.

김 전 회장이 한때 국내 2위의 대기업을 이끌면서 국가 경제에 이바지한 점은 재판부도 인정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지난 반세기 경제 성장의 주역이며 남다른 열정과 근면성으로 국민들에게 희망과 자부심을 준 기업인이었다"고 김 전 회장을 평가했다.

재판부가 김 전 회장에 대해 실형을 선고하면서도 법정구속을 하지 않은 것은 김 전 회장의 건강 상태가 좋지 않은 점 외에 이 같은 공로가 참작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위험한 곡예 일삼던 도박사였다"


김 전 회장을 비판하는 쪽에선 "세계경영이란 이름의 도박을 벌인 외줄타기 곡예비행사"(배준호 한신대 교수)라고 신랄한 비난을 퍼붓는다.

분식회계와 사기대출에 대한 사법적 단죄는 김우중식 경영의 인과응보적 결말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대우가 국내경제에 끼친 손실이 천문학적이고 김우중식 경영방식 또한 위험하기 짝이 없었다고 힐난한다.

분식회계를 이용한 탈법적 차입경영은 금융기관 부실로 이어져 30조원에 가까운 공적자금 투입을 초래했고 수십만명에 달하는 소액주주들도 엄청난 피해를 봤다는 것이다.

또 세계경영의 실체는 황제식 선단경영에 의존한 '빚더미 경영'에 불과하며 대우의 세계화는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한 것이 아니라 1970년대의 밀어내기식 수출을 답습한 것이라고 주장한다.

김병일·조일훈 기자 jih@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