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지수가 4개월여 만에 1300선 아래로 밀리면서 연중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추가 조정에 대한 경계심이 확산되고 있다.

증시 하락을 촉발시킨 미국발 인플레이션·금리인상 우려와 외국인들의 매도 공세가 투자 심리를 더욱 얼어붙게 만들고 있다.

전문가들은 심리적인 지지선으로 여겨지던 1300선이 무너진 만큼 추가하락 가능성을 염두에 둔 보수적인 투자전략을 주문했다.

다만 외국인들의 매도세가 점차 수그러들고 있고 기업의 실적개선 추세가 이어지면서 펀더멘털 측면에선 뚜렷한 이상이 없어 단기 반등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 1200선까지 추가 하락도 염두에 둬야

윤세욱 메리츠증권 리서치센터장은 "1300선 붕괴 후 1차 지지선은 1250선이 가능하며 최악의 경우에는 1200대 초반까지 떨어지는 것도 감수해야 할 상황"이라고 말했다.

원자재 가격 급등에 따른 차익실현 매도,미국의 인플레이션 우려 및 금리인상 여부에 대한 불확실성,일본금리 상승에 따른 엔캐리 거래의 종료로 아시아 신흥시장에서 외국인의 매도세가 강해진 점 등이 주가 하락을 주도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윤 센터장은 "6월 말로 예정된 미국의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금리인상 여부가 결정되기까지 조정장세가 이어질 것"으로 전망했다.

김영준 농협CA투신운용 주식운용본부장은 "경험적으로 주가 상승분의 30%가량은 쉽게 하락할 수 있고 악재가 있을 경우 50%까지도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며 "작년 초 900선에서 올해 1460선까지 급등한 것을 감안하면 상승폭의 50%를 반납할 경우 1200선까지도 밀릴 가능성을 염두에 둬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홍곤 동부증권 리서치센터장도 "1250선까지 하락할 경우 반발력이 생길 것으로 기대된다"며 "하지만 당분간 취약한 흐름을 이어갈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템플턴캐피털투자자문의 마크 홀로웨스코 수석 펀드매니저도 "글로벌 유동성이 이머징마켓에서 이탈하고 있어 단기적으로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주식시장의 추가 하락이 예상된다"며 "지난해 아시아시장으로 유입됐던 글로벌 유동성이 국가별로 최고 25%까지 빠졌고 앞으로도 25%가량 더 빠질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 본격 반등은 하반기 이후에나 가능할 듯

글로벌 유동성 충격에도 불구하고 기업이익 지표가 긍정적이어서 해외변수가 안정되면 증시는 하반기부터 반등할 것이란 긍정적인 전망도 나온다.

장승철 현대증권 리서치센터장은 "최근 원화 환율이 달러당 950원 선에서 안정되고 있고 원자재 가격도 내림세여서 3분기 실적이 나쁘지 않을 것"이라며 "3분기부터 본격적인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임태섭 골드만삭스증권 대표는 "최근 급락으로 한국 증시는 가격면에서 싸 보이는 수준까지 하락했다"며 "외국인의 강한 매도세는 진정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임 대표는 "다만 증시가 반등하기 위해선 미국의 거시경제 지표들이 긍정적인 신호로 바뀌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영석 한국운용 주식운용1팀장은 "펀드를 중심으로 투신권에 꾸준히 자금이 순유입되고 있는 상황이어서 1300대 이하에서는 기관들이 매수에 나설 수도 있을 것"으로 내다봤다.

박해영 기자 bon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