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로 예정됐던 경의ㆍ동해선 열차 시범운행이 북한의 일방적이고 전격적인 취소통고로 무산됐다. 민족의 염원을 담고 기다려왔던 55년 만의 남북간 철도개통이 겨우 하루를 앞두고 허사로 돌아간 것은 정말 유감스럽기 짝이 없다.

나아가 남북 양측의 책임있는 당국자 간에 약속된 사안을 이처럼 헌신짝처럼 내팽개치는 북한에 대해 과연 언제까지 인내를 가지고 기다려야 할지 회의감부터 드는 것도 사실이다.

북측은 전화통지문을 통해 군사적 보장조치가 취해지지 않은 점과 남측의 정세가 불안정하다는 이유로 철도시험운행을 할 수 없게 됐음을 알려왔다고 한다.

한마디로 터무니없을 뿐만 아니라 적반하장(賊反荷杖)이 아닐 수 없다.

우리 측의 정세가 뭐가 어쨌다는 건지,그들에게 어떤 위협이 된다는 건지 도무지 이해하기 어렵다.

오히려 남북간 교류확대에 반발하고 있는 북측 군부와의 갈등을 덮어두기 위한 술책으로밖에 비쳐지지 않는다.

그런 점에서 이번 철도 시험운행 무산의 책임이 전적으로 북측에 있음을 강조하지 않을 수 없다.

북측이 구체적인 일정까지 합의된 행사일정을 이처럼 손쉽게 파기함으로써 그들 스스로의 신뢰기반을 무너뜨렸기 때문이다.

결국 이로 인해 앞으로 남북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면서 경제협력에도 차질을 빚을 가능성이 커졌다.

이런 분위기가 남북간 화해와 한반도 정세안정에 나쁜 영향을 가져오게 되리라는 것은 굳이 설명할 필요도 없다.

특히 이번 일로 인해 남북간의 군사적 긴장완화와 신뢰관계 형성은 여전히 쉽지 않은 과제임이 다시 확인됐다.

경제협력 확대와 관계 진전을 위해서는 우선적으로 약속을 지키기 위한 남북 쌍방의 노력을 통해 상호신뢰의 수준을 높여야 하는 것이 전제 조건임은 물론이다.

앞으로 열차운행이 조속히 이뤄지도록 북측이 보다 성의있는 조치가 필요한 이유다.

무엇보다 북측이 이런 식의 상식에 어긋난 행위를 일삼는다면,우리 측의 대북 전략도 다시 생각해 볼 문제다.

정부는 북측에 많은 양보를 하겠다면서 조건없는 제도적·물질적 지원에 나서겠다고 하지만 과연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는지 의구심을 갖지 않을 수 없다.

관계개선을 빌미로 북측의 요구대로 줄 것은 다주고 결국 끌려 다니기만 하는 것은 아닌지,지금의 대북 정책에 대한 보다 근본적인 성찰(省察)이 필요한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