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세대는 어떻게든 잘 살아보려 열심히 일했다.

그 결과 가난했던 사람도 나이 들면서 형편이 폈다.

노력 끝에 생활수준이 올라가니 고생스러워도 참았다.

이런 부모들 덕에 자식들은 비교적 풍요롭게 컸다.

중류사회를 지향한 윗세대의 영향으로 평등의식은 높아지고 자기 주장 또한 강해졌다.

크게 아쉬운 것 없이 자란 탓에 사회에 나온 뒤 오히려 돈과 시간의 자유 모두 줄었다고 느낀다.

'나대로 살겠다'며 직장을 그만두거나 시간제 근무를 하면서 부모에게 얹힌 채 결혼하지 않고 혼자 산다.

애써 일하려 하지 않는 건 물론 뭔가 배우거나 남과 소통하려고 하지 않은 채 대강 살아간다.

우리나라가 아닌 '하류사회'(미우라 아츠시)에 나타난 일본의 모습이다.

미우라는 40년대 후반에 태어난 이른바 단카이(團塊)세대와 70년대 후반에 출생한 주니어단카이세대의 의식과 소비생활 행동양식 등을 조사 분석한 자료를 바탕으로 젊은층 상당수가 생에 대한 적극적 의욕을 잃어버림으로써 하류화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부모세대가 젊었을 땐 사회 전반이 상승기류를 탄 데다 연공서열식이었던 까닭에 의욕과 능력이 부족해도 올라갈 수 있었지만 지금은 다르다는 것이다.

사회가 급성장을 멈추고 성과주의가 가속화되면 의욕과 능력을 가진 자만 상승하고 그렇지 못한 자는 하강,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다.

계층 격차를 줄이자면 재분배보다 도전의욕을 심는 게 급선무라고 강조하는 가운데 일본 정부가 니트족과 프리터족에 대한 세금공제 혜택을 없앨 작정이라는 발표가 나왔다. 나이에 상관없이 소득이 적은 가족에 대해선 세금공제를 해줬으나 앞으론 안해주고 대신 취직기회를 늘리겠다는 것이다.

소득격차가 커도 줄일 수 있다는 기대만 있으면 희망격차는 확대되지 않는다는 전제에서다.

미우라가 진단한 일본의 오늘은 우리와 크게 다르지 않다.

차이나는 건 일본의 경우 결과의 평등을 지향하던 데서 벗어나 기회의 평등을 추구하며 그러기 위해 여러 부문에 경쟁주의를 적극 도입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박성희 논설위원 psh77@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