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법원 대법관제청자문위의 대법관 제청대상 후보 추천이 23일부터 시작된다.

대법원장을 제외한 전체 대법관 12명 중 5명이 한꺼번에 7월에 교체된다.

이에 따라 법조계 안팎의 이목이 대법관 인선에 쏠리고 있다.

대법관은 사법부의 최고위직으로 현재 우리나라 전체 법관 2200여명 중 상위 0.6%(대법원장 포함 13명)에 속하는 자리다.

○정통 법관 출신 몇 명 될까에 관심

현 정부 들어 7명의 대법관이 교체됐다.

외부 인사나 젊은 법관의 발탁이 늘어 보수 일변도에서 가치의 다양성을 추구하는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는 분석이다.

그러나 아직은 보수적인 정통 법관 출신이 다수여서 이번 대법관 인사 향방이 더욱 주목된다.

신임 대법관 5명의 성향에 따라 판결에 큰 변화의 바람이 불 것으로 보이기 때문이다.

전직 대법관들은 재판 업무에 숙달된 정통 법관이 임명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박준서 전 대법관(66·법무법인 광장)은 "정통 법관은 젊은 시절부터 법의 가치와 사회 변화 사이에서 균형된 시각을 갖도록 훈련받았다"고 말했다.

송진훈 전 대법관(65·법무법인 태평양)은 "대법관의 구성 다양화도 중요하지만 법관은 어디까지나 법을 기준으로 판단해야 하는 자리"라고 강조했다.

일선 판사들은 최소 3명은 현직 법관 중에서 발탁돼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학계와 여성 검찰 몫으로 한 자리씩 배정해 대법관 구성을 다양화해야 한다는 점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장관급 대우받지만 격무 시달려

대법관은 급여 등 모든 면에서 장관급 대우를 받는다.

월 급여는 본봉과 수당을 합해 780만원가량이며 업무추진비,상고심 재판수당 등이 추가된다.

대법관의 관용차량은 3000cc급으로 대법원장과 대법관들 모두 에쿠스 승용차를 타고 다닌다.

비서진도 강화된다.

대법관은 지방법원 부장판사 1명과 고등법원 판사 2명을 전속 재판연구관(재판 자료를 조사 연구해 대법관에게 보고하는 판사)으로 거느린다.

최고위 법관이라는 명예와 각종 특전에도 불구하고 대법관은 밀려드는 업무에 시달리는 고달픈 자리라고 전직 대법관들은 설명한다.

박 전 대법관은 "대법관들 사이에서는 대법관에 임명되는 날 하루만 기쁘고 그 다음부터는 고생이라는 말이 있다"고 밝혔다.

대법관의 업무 과중은 통계 수치에도 드러난다.

대법원에 따르면 대법관 1인당 연간 담당 사건 수는 지난해 1718건.이는 미국 연방대법관의 1인당 사건 수(87건)의 20배에 가까운 것으로 한 달에 143건 이상을 처리해야 하는 양이다.

○퇴임 후 대형 로펌행이 추세

개인변호사 사무실 문을 여는 대신 로펌행을 선택하는 대법관들이 늘고 있다.

로펌들도 전직 대법관 영입에 적극적이다.

법무법인 광장의 임성우 변호사는 "전직 대법관은 해박한 법률 이론과 오랜 경험을 갖고 있어 소송 진행과 후배 변호사 지도 등에서 큰 역할을 한다"고 말했다.

개인변호사로 개업한 전직 대법관들은 대법원 사건을 주로 수임한다.

이용훈 대법원장도 2000년 대법관에서 퇴임한 뒤 5년간 변호사 생활을 하면서 수임한 형사사건 중 80% 이상이 대법원 사건이었다.

대법관이 퇴임 후 변호사 활동을 하는 것에 대해서는 전관예우 문제와 관련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여론도 있다.

신성택 전 대법관(66·법무법인 율촌)은 "일본에서는 고위 법관이 퇴임 후 시골의 간이재판소 판사를 하기도 한다"며 "퇴임 후 변호사를 하는 것 외에 자신의 경륜을 발휘할 방법이 마땅치 않은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유승호 기자 usho@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