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병삼 < 연세대 교수·경제학 >

달러 환율이 단기간에 급락하고 유가는 고공행진을 지속하고 있어 우리경제에 큰 근심이 되고 있다.

현재의 유가상승은 산유국의 여유 공급능력이 한계에 이른 상태에서 원유 수요가 급증해 발생하고 있다.

중국과 인도 등에서의 폭발적인 에너지 수요증가가 주된 원인이다.

공급능력을 단기간에 조정하는 것은 어렵고 수요는 지속적으로 증가할 것이기에 고(高)유가는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우리의 경우 원화 강세가 그 충격을 완화해 왔으나 국내 유가에도 점차 그 효과가 나타나고 있다.

2004년도 평균 유가(두바이유)가 33.64달러였던데 비해 금년도 전망치는 약 60달러라고 하니 상승세가 매우 가파르다.

그러니 비록 우리경제가 예전보다는 원유 의존 비중이 많이 줄었다지만 경제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것임은 틀림없다.

물론 물가상승의 압력도 있다.

그러나 당장은 이것보다 더 골치 아픈 문제가 환율에서 벌어지고 있다.

환율 하락은 달러화 약세라는 세계적 현상에 기인하는 측면이 매우 크다.

달러화 약세는 미국의 재정적자와 국제수지 적자라는 소위 '쌍둥이 적자'가 주된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 가운데 재정적자는 인위적이지만 국제수지 적자는 자발적인 경제활동의 결과라는 측면에서 다른 성격을 지닌다.

미국의 무역적자는 1970년대 중반 이후 계속된 것으로 특히 90년대 말부터 급증해 2004년에는 7000억달러라는 막대한 규모에 이르고 있다.

증가 속도도 90년대 중반부터는 수입증가율이 수출증가율을 앞지르고 있어 급기야 최근에는 수출이 수입의 절반 수준에 불과한 실정이다.

이 정도라면 보통의 국가에서는 벌써 문제가 심각했을 것이다.

그러나 국제 기축통화라는 달러화의 특성으로 인해 각국이 다투어 미국국채를 구입해 왔기에 미국경제가 별 흔들림 없이 유지돼 왔다고 할 수 있다.

그럼에도 이런 대규모 무역적자의 지속은 달러화 약세를 이미 기약한 셈이며 그 것이 지금 나타나고 있는 상황이다.

이러한 문제에도 불구하고 근래의 미국 경제는 높은 생산성 향상과 견실한 성장을 보이고 있다.

더구나 국제 기축통화에 큰 손상이 가는 상황이 벌어질 확률은 매우 낮을 것이다.

그러므로 현재의 달러화 약세가 당분간 지속되기는 할지언정 국제적 혼돈이 생길 가능성은 생각하기 어렵다.

결국 우리가 걱정할 문제는 이 난국을 어떻게 현명하게 넘길 것인가 하는 일이다.

고유가에 대해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제한적이다.

단기적으로는 에너지 절약운동과 같은 방어적인 조치를 취하고 장기적으로는 에너지 수급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대략의 방편이다.

그러나 환율에 대해서는 필자의 생각으로 다음의 조치들이 유익할 수 있을 듯하다.

첫째,원·달러 환율하락이 우리에게 유리한 기회가 되는 측면을 적극 활용해야 한다. 해외 직접투자를 시도하는 것이 우선 떠오르는 일이다. 직접투자에는 장기 수익성을 우선 고려해야 하기에 반드시 미주지역만을 대상으로 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정부도 이런 투자를 장려하고 보조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면 좋겠다. 해외 금융자산 또는 실물자산에 투자하는 것도 시행해야 한다.

둘째,우리경제에 필요한 자본재 수입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당장은 국제수지가 더 악화되는 측면이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이득일 것이다.

적어도 소비보다는 생산적이다.

셋째,작금의 외환시장에는 일정한 환율하락에 대한 기대가 형성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기대가 경제여건(펀더멘털)에 맞는 수준을 벗어나 형성되면 달러 공급자는 매도를 서두르고 수요자는 매수를 지연함으로써 기대가 스스로 충족돼(self-fulfilling) 환율이 하락하는 악순환을 반복할 위험이 있다.

당국은 외환시장에서 이러한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