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작년 내한공연에서 부담없는 웃음과 즐거움을 선사했던 남성 코믹 발레단 그랑디바(Grandiva)가 또다시 서울에서 무대를 연다.

22-23일 오후 6시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27일에는 울산 현대예술관에서도 공연한다.

여자들이 신는 발레 슈즈를 여자보다 더 예쁘게 신고 긴 속눈썹을 붙인 '남성 발레리나'들. 뛰어난 테크닉은 기본이고, 순간순간 탁월한 유머와 연기력으로 객석을 무력화시킨다.

투박한 어깨선, 꿈틀대는 근육, 허공으로 뻗친 뭉툭한 손가락, 그리고 잘 계산된 실수연발에 관객들은 그저 즐거울 따름. 공연 내내 폭소가 그치지 않는다.

뉴욕을 본거지로 하는 그랑디바는 세계 각국에서 모인 남성 발레무용수들이 화려한 의상과 화장에 긴 속눈썹을 붙이고 "여성보다 더 여성스런 몸짓, 그리고 여성에게는 부족한 힘이 넘치는 동작"으로 무대를 채우는 엔터테인먼트 발레단이다.

1997년 이래 그랑디바는 일본에서만 9년 동안 매년 60회 이상 전회 매진의 진기록을 계속하고 있다.

고전발레에 대한 코믹한 패러디, 기발한 유머와 훈련된 테크닉이 '예술에 대한 부담'을 벗어던지고 가볍게 즐기도록 해주는 것이다.

총감독 빅터 트레비노(Victor Trevino)에 의해 1996년 창설된 그랑디바는 20여명의 남성 무용수로 구성돼 있다.

단원들은 마린스키 발레단, 아메리칸 발레 시어터, 휴스턴 발레단, 캐나다 국립 발레단, 스웨덴 왕립 발레단 등 주요 단체 출신들이다.

평소에는 각자 소속 발레단에서 무용수로 활동하다 그랑디바 시즌이 되면 토슈즈를 신고 튀튀를 입고 긴 속눈썹을 붙이고 여장남자가 된다.

이들은 어떤 의미에서 '크로스섹슈얼'인 셈이다.

크로스섹슈얼이란 자신 안에 내재하는 여성성을 긍정적으로 즐기는 남성을 뜻하는 말로, 얼굴과 몸 관리에 적극적이다.

이들은 남성미와 여성적 취향을 동시에 추구하며 예쁘고 곱상한 얼굴에 도시적 세련됨과 강인함, 탄탄하게 다져진 몸, 장신구와 메이크업, 여성적이거나 스타일 있는 패션과 헤어스타일 등을 선호한다.

그랑디바는 의도적으로 남성성을 감추고 여성성을 과장하는 비주얼과 코믹한 설정을 추구한다는 점에서 크로스섹슈얼과는 좀 다르지만, 모두가 아름다운 외모와 여성적인 감각으로 무대의 안과 밖을 넘나드는 존재들이다.

올해 프로그램은 '그랑 파 드 카트르(Le Grand Pas de Quatre)' '지르코니아(Zirconia) '스파르타쿠스 이인무' '그랑드 타란텔라(Grande Tarantella)' '빈사의 백조' '민쿠스 갈라(Minkus Gala)' 등이다.

'그랑 파 드 카트르'는 낭만시대 최고의 스타 발레리나였던 마리 탈리오니, 카를로타 그리지, 파니 체리토, 루실 그란 4명을 동시에 출연시키면서 영원한 화제작으로 남은 쥘 페로의 안무. 그랑디바는 이 작품에서 우아함과 친밀함으로 포장된 동작 속에 숨어있는 칼날 같은 경쟁심리와 긴장감을 한껏 과장해 웃음을 자아낸다.

'스파르타쿠스 이인무'에서는 코믹한 상황 설정 및 과장된 액션으로 객석에 웃음을 선사한다.

두 남녀 무용수의 고도로 훈련된 호흡이 절묘한 앙상블을 이룬다.

입장권(서울) 2만ㆍ4만ㆍ6만ㆍ8만ㆍ10만원. ☎1588-7890(www.ticketlink.com), 1544-1555(www.interpark.com), 02-599-5743(www.vincero.co.kr).



(서울연합뉴스) 이종호 기자 yesno@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