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도 예산안이 27일 참의원 본회의에서 가결, 확정됨에 따라 일본 정계의 관심이 일제히 포스트 고이즈미에 쏠리고 있다. 후보로 거론되는 인물은 아소 다로(麻生太郞. 65) 외상, 다니가키 사다카즈(谷垣楨一. 61) 재무상, 후쿠다 야스오(福田康夫. 69) 전 관방장관, 아베 신조(安倍晋三. 51) 관방장관 등 4명이다. 일본 언론은 '麻垣康三'으로 4명을 일단 동등하게 거론한다. 그러나 실제로는 아베 관방장관이 두드러지게 앞서 있고 후쿠다 전 관방장관이 뒤를 쫒는 형국이다. 다니가키 재무상과 아소 외상은 소속 파벌 의원만으로는 입후보에 필요한 20명의 추천확보도 쉽지 않은 형편이다. 이들은 모리(森)파에 속하는 아베 장관과 후쿠다 전 장관의 후보 일원화 조정이 여의치 않을 경우 '어부지리'에나 기대를 걸어볼 수 밖에 없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 '포스트 고이즈미'란 = 집권 자민당 총재를 의미한다. 고이즈미 총리는 9월말인 임기가 만료되면 자민당 총재자리에서 물러나겠다고 밝혔다. 자민당 총재는 국회 총리선거에서 총리로 선출된다. 집권 자민당 총재가 된다는 것은 곧 일본 정부의 총리가 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자민당 총재선거는 국회의원의 투표와 당원표(300표)를 합해 과반수를 얻은 사람이 당선된다. 과반수 득표자가 없으면 상위 2명을 놓고 국회의원만이 참가하는 결선투표를 실시한다. ◇ 현재 판세는 아베 단연 우세 = 아베 장관은 산케이(産經)신문이 3월16-27일자민당 소속 중.참의원 480명을 대상으로 실시해 28일 보도한 설문조사(161명 응답)에서 단연 수위를 차지했다. 차기 총재로 어울리는 인물을 묻는 질문에 답한 91명중 가장 많은 27명이 아베 장관을 들었다. 아베 장관은 전국 지구당 간부를 대상으로 한 아사히(朝日)신문 취재(3월 20-27일)에서도 가장 많은 13개 지구당의 지지를 받았다. 후쿠다 전 장관은 6곳의 지지로 2위를 차지했다. 아베 장관은 일반 국민을 상대로 한 각종 여론조사에서도 압도적 1위를 유지하고 있다. ◇ 고이즈미도 아베 지지 = 이름을 거론하지는 않았지만 고이즈미 총리의 의중은 의심의 여지없이 아베라는게 중론이다. 그는 차기총재의 조건으로 "선거에 이길수 있는 인물"을 꼽았다. "선거에 이길 수 있는 인물"이라는 표현이 여론조사에서 1위를 달리고 있는 아베 장관을 의미한다는 걸 모를리 없는 그가 이런 표현을 쓴 것은 의중의 인물이 아베라는 것을 굳이 숨길 필요도 없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라는게 일반적 해석이다. 임기말에도 50% 안팎의 높은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는 그의 의중은 후계자 선출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것이 확실하다. 그는 모리 전 총리가 아베를 차차기용으로 아껴두자는 '온존론'를 제기하자 "기회가 왔을 때 도망쳐서는 안된다"며 직접적인 표현으로 출마를 촉구하기도 했다. 아베 장관 자신도 27일 각종 여론조사에서 부동의 1위로 나타나고 있는데 대해 "정치인으로써 영광"이라는 말로 출마의욕을 숨기지 않았다. ◇ 변수는 = 고이즈미 총리에 비판적인 고노 요헤이(河野洋平) 중의원 의장을 비롯, 고이즈미 정권의 버팀목 역할을 해온 아오키 미키오(靑木幹雄) 자민당 참의원 의원회장 등 당내 중진의 동향이 변수다. 야마사키 다쿠(山崎拓) 전 부총재, 고가 마코토(古賀誠) 전 간사장, 가토 고이치(加藤紘一) 전 간사장 등도 아베 장관보다는 후쿠다 전 장관을 선호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실제로 야마사키 전 부총재와 가토 전 간사장 등은 반 아베 포위망 구축 움직임을 보이고 있기도 하다. 아베 장관이 총리가 될 경우 예상되는 급격한 세대교체를 꺼리는 점에서 이해가 일치한다는 해석도 있다. 당내 최대 세력인 모리파에는 미치지 못하지만 일파의 수장이거나 소속 파벌의 여론에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이들의 동향에 따라 후쿠다 전 장관이 급부상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 아베 '몸조심' = 아사히 신문이 전국 도도부현(都道府縣)지구당 간부에게 총재선거의 쟁점을 물은데 대해 과반수인 28명이 "아시아 외교"를 들었다. 24명은 '고이즈미 구조개혁'을 들었다. 고이즈미 총리와 아베 장관은 일찍부터 "야스쿠니문제를 총재선거의 쟁점으로 삼아서는 안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혔지만 일선 당원들의 정서와는 거리가 있다는게 확인된 셈. 아베에는 뒤지지만 아시아 외교 중시를 표방하고 있는 후쿠다 전 장관의 인기가 높아지고 있는 배경에는 일선 당원들의 이런 정서가 작용하고 있는 것으로 풀이된다. 아베 장관도 이런 분위기를 읽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외교.안보문제에서 강경입장을 고수하는 것으로 인기를 보태온 측면이 강하지만 관방장관 취임후에는 발언을 조심하는 기색이 역력하다. 지론인 야스쿠니참배에 대해서도 "국가를 위해 순직한 분들에게 존숭의 염을 표하는 마음을 계속 갖겠다"는 말을 되풀이할 뿐 자신의 참배여부에 대해서는 분명한 태도를 밝히지 않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이해영 특파원 lhy@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