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조에서 파업참가를 종용해 스트레스를 받아 오다 과로까지 겹쳐 한쪽 눈을 잃은 근로자에게 법원이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줬다. 서울고법 특별8부(최은수 부장판사)는 2일 체내 잠복 중이던 바이러스가 되살아나면서 좌측 눈 망막이 괴사해 실명한 생산직 근로자 조모씨가 "업무상 재해를 인정해 달라"며 근로복지공단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원고는 파업참가를 독촉하는 노조 조합원들과 갈등으로 상당한 스트레스를 겪었고 망막이 다치기 얼마 전에는 더운 여름 날씨에도 시간 외 근무를 계속해 피로가 가중됐을 것으로 보인다"고 판시했다. 재판부는 "신체조직에 괴사를 일으키는 `헤르페스 바이러스'가 몸 속에서 재활성화되는 원인으로는 스트레스와 과로 등에 따른 면역력 결핍을 꼽을 수 있으므로 이 바이러스가 되살아나 원고의 망막이 손상된 것은 업무와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설명했다. 생산라인 반장으로 조합원과 관리자 지위를 겸하고 있던 조씨는 2003년 전반기 회사측과 단체협상을 진행하며 쟁의를 계속해 온 노조 조합원들이 수시로 파업 참여를 요구하는 바람에 다투는 일이 잦았다. 노조와 갈등 속에도 연장 근로를 해 왔던 조씨는 같은 해 10월 갑자기 왼쪽 눈 망막이 괴사하는 병이 생겨 곧장 수술을 받았지만 실명했다. 근로복지공단측은 조씨가 요양을 신청하자 "망막 손상의 원인인 헤르페스 바이러스는 업무 환경에서 감염되는 것이 아니고 조씨가 일하는 장소는 유해하지도 않다"며 거절했다. (서울=연합뉴스) 안 희 기자 prayerahn@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