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성동구 옥수동 25평 아파트에 살고 있는 회사원 김모(37)씨는 요즘 고민이 많다. 은행 대출금에 대한 이자부담이 커지고 자녀도 성장함에 따라 현재 보유중인 아파트를 팔기로 했지만 2개월째 팔리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김씨는 이 아파트를 판 뒤 평수가 좀 더 넓은 전세를 구해 생활하다가 청약통장을 활용해 다시 내집을 마련한다는 구상이지만 생각했던대로 매매가 이뤄지지 않아 계획에 차질이 빚어질 판이다. 부동산중개업소에서는 가격을 1천만-2천만원 가량 낮추면 매매가 이뤄질 것 같다며 김씨에게 매매가격 인하를 유도하고 있다. 김씨는 급매물도 아닌데다 가격을 낮춰 팔 경우 은행 대출금을 다 갚기도 어려워 시세대로 받기를 고집하고 있지만 한편으로는 소형 평형 아파트값의 하락세로 인해 이마저도 받기 어려워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도 하고 있다. 소형 아파트를 소유하고 있는 사람들중에는 김씨처럼 조금 낮은 가격에라도 아파트를 파는 게 유리한 지, 아니면 조금 늦더라도 제값을 받고 파는 게 이익인지에대해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 소형 평형은 장기적 하락 추세 = 이러한 고민은 소형-중대형 아파트 가격의 격차가 갈수록 벌어지는 데 기인한다. 전반적으로 아파트 가격이 안정세를 유지하고 있기는 하지만 소형 아파트의 가격에 비해 중대형의 매매가는 상대적으로 큰 폭으로 오르고 있다. 일부 지역에서는 소형 아파트 가격은 하락하는 경우도 있다. 이 때문에 머뭇거리다가는 지금보다 더 싼 가격에 팔아야 하는 상황이 될 수도있다는 위기의식이 발동하고 있다. 실제로 부동산정보업체인 부동산114가 분석한 지난주 서울시내 아파트 가격을 보면 대형일수록 더 많이 오른 것으로 나타났다. 40평형대(41평-50평)가 0.28%로 가장 높은 상승률을 기록한 가운데 30평형대(31평-40평)가 0.19%, 20평형대(21평-30평)는 0.11%, 20평 이하는 0.01% 상승했다. 이같은 양상은 1월 말부터 계속 이어지고 있다. 소형 평형의 상승률이 낮은 것은 내년부터 1가구 2주택에 대해 양도소득세가 중과되는 데 따른 것으로 2주택자는 넓은 평수는 보유하고 적은 평수는 처분하는 경우가 많아 소형 평형의 매물이 쌓이고 있다. ◇ "손해보더라도 빨리 처분하라" = 전문가들은 금전적으로 조금 손해를 보더라도 빨리 처분하는 게 장기적으로 볼 때 유리하다고 조언하고 있다. 정부가 무주택자들을 우선적으로 배려하는 청약제도를 마련하고 있는 상황인만큼 어차피 매매할 것이라면 빨리 팔아 무주택기간을 늘릴 필요가 있는데다 소형 평형의 아파트 가격 상승은 제한적일 것이라는 분석이다. 닥터아파트 이영호 리서치팀장은 "손해를 보고 아파트를 팔기로 결정하는 것은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겠지만 현재 부동산시장의 동향을 보면 다소 손해를 보더라도 파는 게 유리하다"고 말했다. 그는 "중대형 아파트 가격의 상승률이 소형에 비해 높은데다 정부가 개선중인 청약제도도 무주택자를 우선 배려하는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면서 "이로 인해 소형 평형은 오래 보유할수록 중대형으로 갈아타는 것은 어려워진다"고 말했다. 내집마련정보사 김영진 사장도 과감하게 처분할 것을 권유했다. 그는 "중대형 아파트를 선호하는 추세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봐야 한다"면서 "내년부터는 1가구2주택에 대해서는 양도소득세가 매겨지는 만큼 이를 피하기 위해 소형 평수 매물은 계속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나아가 "이자가 부담이 되더라도 강남이나 상암, 용산, 뚝섬 등 거점이 되는 지역으로 옮기는 것을 고려할 필요도 있다"고 조언했다. (서울=연합뉴스) 박성제 기자 sungj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