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염 주 교황청 한국대사는 22일 한국 제2의 추기경으로 서임된 정진석 추기경을 온화하고 신중한 성품의 소유자로 소개했다. 서강대 교수로 재직하다 2003년 6월 주 교황청 한국대사를 맡게 된 뒤, 서울대 교구장이었던 정진석 추기경을 의전상 자주 접하게 된 성염 대사는 "그분의 온화한 성품은 누구나 알고 있다"고 말했다. "규모가 큰 서울대교구를 무난하게 이끌어가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는 분이었습니다. 그렇게 온건하고 신중하게 문제를 처리하지 않았다면 (교황청이) 추기경직을 주지 않았을 겁니다." 성염 대사는 새 추기경에게 따뜻함을 느꼈던 일화를 설명했다. "제가 교수로 일하다 주 교황청 한국대사를 맡아 과연 대사직을 제대로 수행할지 걱정을 하셨나 봅니다. 업무차 로마를 방문하고 귀국하신 추기경께서 저를 자상하게 지켜보셨던지 '제대로 임무를 수행하고 있구만. 안심이 되네'라는 말씀을 하셨다는 것을 다른 신부를 통해 전해들었습니다. 저에게 직접 하시진 않았지만 그 말씀 몇마디가 기억에 남습니다." 성염 대사는 새 추기경이 온화하고 신중한 성품이지만 '교회법의 대가'다운 학자적 성품으로 지적할 문제에 대해서는 정확하고 날카롭게 지적했다고 강조했다. 대표적인 것이 황우석 연구팀의 배아줄기세포 연구에 맞서 인간생명의 존엄성을 강조했던 활동이다. 성염 대사는 "황우석 연구팀 사태가 있기 전부터 새 추기경은 생명이란 것은 인간이 한계지어서는 안된다는 점을 강조해왔다"며 "그리스도의 생명관을 유지했다는 점에서 굉장한 존경을 받았다"고 전했다. 로마교황청 생명아카데미 위원장 등이 새 추기경의 이러한 생명관을 높게 평가하는 것을 전해들었다고 한다. 성염 대사는 "교황은 '도덕적 상대주의'를 우려하고 있으며 엄정하게 지킬 것은 지키고 간소하게 할 것은 간소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을 품고 있다"면서 "이런 노선을 충실히 따라 한국 사회에서의 낙태, 생명 경시 풍조 등의 문제를 무난하면서도 권위를 갖고 이끌어 가실 것으로 교황청은 보고 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80세 미만 추기경으로서 교황 선거권과 피선거권이 있다는 점에 대해 "(교황청이) 그런 점을 고려해서 권위와 비중을 새 추기경에게 준 것"이라고 덧붙였다. 성염 대사는 "김수환 추기경이 한국 사회의 권위있는 어른 가운데 한명으로 발언을 해 왔다면 새 추기경은 바티칸의 모든 행정에 직접 참여하는 역할을 담당할 것으로 보인다"며 "두 분이 서로의 역할을 보충하면서 한국 사회와 천주교에 길잡이 역할을 할 것"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서울=연합뉴스) 김정선 기자 jsk@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