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성과 여성 사이의 문화 격차가 커지고 여성이 고급 문화의 중심 소비자로 등장하는 현상이 최근 발표된 프랑스 정부의 통계자료에 의해 다시한번 확인됐다. 16일 인터내셔널 헤럴드 트리뷴(IHT)이 인용한 `문화 생활의 여성화'라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 1960년대 이후 여성이 단지 책을 더 많이 읽거나, 박물관이나 전시회, 공연장을 더 자주 찾을 뿐 아니라 성별간 문화생활의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적의 경우 프랑스 남성 가운데 조사 시점 이전 12개월동안 책을 읽은 사람의 비율이 지난 1973년 72%에서 2003년 63%로 줄어들었지만 같은 기간에 여성은 68%에서 74%로 늘어났다. 반면 남성은 여성에 비해 TV 시청이나 컴퓨터게임, 인터넷 이용 같은 활동의 비율이 높았다. 조사 대상이 된 15세 이상의 모든 연령대에서 남성은 여성에 비해 록이나 재즈, 테크노, 랩 음악을 즐겨 들었던데 비해 여성은 남성보다 클래식 음악을 듣거나 공연장에 가는 경우가 많았다. 보고서는 현재 프랑스에서 남성보다 여성이 더 높은 수준의 교육을 받는 경향이 있고 예술과 관련된 직종에서 여성이 남성보다 많이 일하고 있다는 점을 들며 문화 생활의 `여성화'가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6~14세 사이의 소녀들의 독서량이 같은 나이의 소년들보다 더 많으며 조사 대상이 됐던 3천여 가정에서 딸들의 38%는 무용이나 연극, 회화 같은 예술 활동을 하는 반면 아들들의 경우 이런 수업을 받는 비율이 20%에 머물렀다는 점도 `여성화'에 대한 전망을 뒷받침한다. 지난 2002년 8월을 기준으로 작성된 미 국립예술기금(NEA)의 보고서에서도 발레 공연에 참석한 경우가 남성 31.6%, 여성 68.4%였고 박물관을 찾은 경우가 남성 44.5%, 여성 55.5%로 나타나는 등 `여성화'가 비단 프랑스만의 일이 아님을 알 수 있다. 아직까지는 주요 교향악단의 지휘자가 남성이고 문화 관련 관리 기관의 고위직에도 남성의 비율이 높으며 여성의 경우 `얼굴'이 되거나 `유리 천장'을 뚫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분명한 것은 여성이 문화의 주요 시장으로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며 이런 변화를 읽지 못하는 문화 기관은 위기를 맞게 될 수도 있다고 IHT는 진단했다. (서울=연합뉴스) smile@yna.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