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도 피해자입니다. 저희 사이트에서 개인정보가 유출된 것이 전혀 아닙니다." 온라인게임 '리니지'에서 무수히 많은 명의도용 계정이 사용되고 있다는 사실이 처음 알려진 지난 13일 이 게임 서비스 업체인 엔씨소프트의 반응은 이랬다. 엔씨소프트의 말이 전적으로 잘못된 것은 아니다. 리니지를 모르는 사람의 계정도 있는 걸 보면 다른 사이트에서 유출된 개인정보로 명의도용 계정을 만들었을 가능성이 크다. 이로 인해 리니지 이미지가 망가지게 됐으니 엔씨소프트로서는 억울할 게다. 하지만 엔씨소프트가 '피해자'라고 강변하는 동안 명의도용을 당한 '진짜' 피해자들은 불안과 분노에 휩싸여 있었다. 이들은 엔씨소프트에 명의도용 사실을 신고하려고 전화를 걸고 이메일을 보냈다. 그러나 고객센터는 늘 불통이었다. 24시간 접수한다고 했지만 일과시간이 지나면 전화를 받지 않았다. 이메일은 반송되기 일쑤였다. 피해자 모임 카페에는 '명의도용 신고를 하고 싶은데 전화도 안받고 이메일은 돌아오니 미치겠다''명의도용된 사실을 확인했는데 신고를 못하고 있다''엔씨 본사를 방문해야겠다. 회사가 어디냐'는 등의 글이 14,15일 이틀 동안 2000건 이상 올라왔다. '글로벌 기업'을 표방해온 엔씨소프트는 이번 명의도용 사태로 인해 '글로벌스럽지 않은' 서비스 수준을 드러내고 말았다. 따지고 보면 사태의 근원은 리니지 아이템에 있다. 확실한 것은 경찰 수사가 끝나봐야 알 수 있겠지만 게임업계 전문가들은 리니지 아이템을 얻기 위해 대규모로 명의를 도용해 계정을 만들었을 것이라고 보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도 피해자'라고 강변할 일이 아니다. 리니지를 이용해본 적이 없는 70대 노인,40대 직장인 등 피해자들이 바라는 것은 자기 명의로 개설된 계정을 하루속히 삭제하는 것,그리고 엔씨소프트로부터 진심어린 사과를 받는 것이 아닐까. 다음에 개설된 'NC소프트 명의도용 피해자 모임' 카페의 인터넷 주소는 'arrogantNC'(오만한 엔씨소프트)이다. 엔씨소프트가 명의도용 피해자들의 분노를 아직 잘 모르는 것 같다. 임원기 IT부 기자 wonkis@hankyung.com